아버지, 그리고 나의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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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그리고 나의 아들
  • 관리자
  • 승인 2009.09.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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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우리사이 좋은사이

"넘한티 손가락질 받을 일일랑 하지 말어, 남의 애끊어 놓먼 내 간장도 필경 끊어질 일이 있는 벱이여."

 딸 넷 가운데서 외동아들로 자란 나에게 늘 해주시던 아버지의 말씀이 다. 꽤나 인정이 많아서 농사를 지으시면서 일꾼을 들여 쓸 때도 품삯을 한 푼이나 더 줬으면 줬지 깎은 적은 없던 분이다. 두주(斗酒)를 불사하는 애주가여서 자주 취한 모습으로 귀가 하셨지먼 동네 술집에서 남의 싸움 잘 말리는 '해결사'로 불릴 정도로 사리도 밝은 분이었다.

 또 독학으로 풍수지리를 공부해서 동네 노인들의 묘자리는 도맡아 보곤하셨다. 사실 묘자리야 잘 써줘도 그 자식들에게는 늘 부담스러운 일이었지만 막걸리 값도 안 나오는 그 일을 하면서 항상 즐거운 모습이셨다. 심지어는 옆동네까지 원정을 나가기도 하셨으니 말이다.

 이제는 이 땅에서 다시 만날뵐 수없는 아버지의 모습을 새삼 떠올리면서 그 부드럽던 웃음이 그립다. 남을 도와주는 일이라면 부끄러움이나 창피함조차 몰랐던 분. 그래서 당신 스스로 손해를 보느 일도 많았지만 그것을 손해로 알지 않고 이승의 좋은 업보를 쌓는 것이라고 여기시던 분.

 그러나 자식들에게는 무척 엄격한 분이었다. 때론 철저하리만큼 원칙을 지키도록 요구하셨다. 매를 들고 호통하는 엄격함이 아니라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의연함을 보이신 것이다. 내가 매를 맞은 기억은 어렸을 적에 집에서 닭을 아주 많이 기르던 때 (양계장이라고 하기에는 규모가 좀 작았다.)였다.

그때는 병아리 모이로 쓰기 위해 계란 노른자를 삶아 두었는데 내가 그것을 몰래 훔쳐 먹은 것이다. 누나,사촌동생과 함께 노란자만 빼먹고 흰자질은 버리는 식으로 아주 엉망을 만들어 놓았던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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