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아주 잘 물어 주셨습니다. 짐작하시겠지만 불교는 결코 맹신을 요구하는 종교가 아닙니다. 불교는 지혜의 종교라고도 일컬어지고 있다시피 지혜의 뒷받침없는 신앙은 가치없는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러니 선생께서도 어느 법회와 인연을 맺으셔서 그 곳에서 가르치고 계신 내용을 부지런히 공부하셔야 할 것입니다. 물으신 바를 간단하게 줄여서 대답하기는 퍽 어렵게지만 말씀하신 대로 가장 기본적인 것만을 이자리에서 대답해 드릴 터이니 이것을 참고하시고 깊이 있는 공부애 매진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옛부터 일러 오기를 불교의 믿음에는 두가지의 측면이 있다고 합니다. 그 하나는 인과응보(因果應報) · 업보윤회(業報輪廻)를 믿는 측면이며 다른 하나는 수행해탈(修行解脫)을 믿는 측면입니다.

 인과응보 · 업보윤회를 믿는 다고 하는 것은 이러한 것입니다. 즉 우리가 인생을 살다보면 여러 가지의 차별 현상을 보게 됩니다. 어떤 사람은 잘 살고 어떤 사람은 못 산다든지, 또는 행복하게 살다가도 별안간 에 못 살게 된다든지 기타 여러 가지의 애로와 난관이 인간 생활을 위협하는 일을 경험하게 됩니다.

 이러한 일이 어째서 일어나는가? 모두들 궁금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혹은 조물주(造物主)가 있어서 그분 마음내키는 대로 만들어 놓았다고 하기도 하고, 혹은 운명이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라 하기도 하고, 또는 아무런 이유없이 그렇게 차별이 나타나 있다고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