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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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성사
  • 관리자
  • 승인 2009.09.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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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 21

수허몰가부(誰許沒柯斧)

원효는 맨 마지막의 구절을 우렁찬 목소리로 길게 읊조리고는 한동안 앉았다가 법상에서 내려왔다.

 이어 병법사문(秉法沙門)의 선창으로 아마타불을 부른다.

 상감이하 온 대중은 일제히 일어서서 부처님을 향해 합장하고 소리맞춰 나무아미타불을 부른다.

 새 상감의 두 따님인 요석공주와 지조공주도 새 왕후인 문명왕후의 곁에 서서 고운 목소리로 염불을 하는 것이었다.

 요석공주(搖石公主)란 그 전에 아유다라 불렀던 새 상감의 둘째 따님을 가리킴이다.

 아버지 춘추공(春秋公)이 새 왕이되자 그동안 비어 있던 요석궁으로 거처를 옮겼으므로 요석공주라 불리우게 된 것이었다.

 법회가 끝나자 상감은 문무백관을 거느리고 궁성으로 돌아갔고 왕후는 두 딸과 함께 남아서 무애당(無碍堂)으로 원효를 찾았다.

  왕후는 비록 왕후의 신분이 되었으나 예전과 다름없이 한사람의 청신녀 (淸信女)로서 원효에게 큰절을 올렸다. 

 전에 문명부인이었을 적에는 부인의 절을 그냥 정좌한 채 받은 원효였으나 왕후인 지금은 답례를 하는 것이 옳은 예의여서 원효는 정중히 맞절을 하였다.

 그랬더니 왕후는

  "이몸에게는 전과다름없이 일개 청신녀로 대해 주시오."

 "황송하온 분부시오."

  "전에도 자주 뵈옵지는 못하였지만 이제는 구중궁궐(九重宮闕)에 갇히게 되었으니 더욱 뵈올 기회가 적을 듯합니다. 하오나 항상 애민히 여기시와 법음(法音)을 자주 듣잡도록 유념해 주시오."

 "황송하여이다."

 "선왕마마 계오실 적에는 마마께오서 친히 큰스님을 보살펴 드렸지만 이후로는 요석궁이 선왕마마의 유촉을 따라 모실 것이오니 역겨워하시지 마시오…."

 이말에 원효는 대답을 못했다. 요석궁 즉 아유다가 자기를 향해 쏟고 있는 그 마음을 약간이나마 짐작하고 있기때문이다.

 

  더욱이 선왕마마의 유촉이란 말을 못을 박듯 강한 어조로 말하는 왕후의 심증도 훤히 들여다 보였기 때문에 원효는 자신의 얼굴이 붉어짐을 어쩔 수 없었다.

 

 왕후의 이 말은 요석궁이 원효를 섬기는 것을 충분히 공인(公認)하는 말이기도 하여 이후에 벌어질 원효와 요석공주와의 커다란 인연의 서곡이기도 한 것이었다. 

 요석공주는 지조공주와 함께 어머니인 왕후의 뒤에 꿇어 앉은 채 얼굴을 내려뜨리고 있어서 그녀의 표정을 읽을 수는 없었지만 고개를 들지 못하는 것으로 보아 반드시 얼굴을 붉히고 있었을 것이다.

 원효와 그녀와는 아직까지 직접 대화를 나눈 적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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