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의 인색과 아집을 버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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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의 인색과 아집을 버리고
  • 관리자
  • 승인 2007.06.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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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로서 수행한다

마음이 불편할 때나 삶의 빛이 퇴색하여 시들해지면 그때 골목에서 환하게 웃고 있던 꽃들을 생각하고 이를 정성스레 가꾸는 새람들의 넉넉한 마음씨를 생각한다. 그러면 아집과 탐심으로 오는 불편한 마음이 다시금 편안해지곤 한다.

  찬란한 7월의 태양이 가득 부어지고 있다. 대지는 온통 풍성한 초록으로 단장하고 왕성한 생명의 환희를 노래하고 있다. 이렇게 밝은 햇빛을 보고 있으면 나에겐 떠오르는 영상이 있다. 아주 강렬하고 선명한 모습으로. 7.8년 전 아는 사람의 결혼식이 있어 참석했다가 그들의 살림집에 들른 적이 있다. 동네 이름은 모르지만 아마 영등포구 어느 공단 근처였다고 생각된다. 골목 속으로 한참 올라 가다가 골목 쪽으로 있는 문을 열자 조그만 공간이 시야에 들어왔다. 겨우 한 사람이 서서 밥을 할 수 있는 비좁은 부억과 두 세명이 앉으면 꽉 차 버릴 것 같은 조그만 방 하나.

 만약 손님이라도 몇 분 오는 날이면 어김없이 그들의 신발은 골목에 나란히 놓여 있어야 될 판이었다. 화장실이 없어 물어 보았더니 골목안에 공동화장실이 있다고 한다. 옆집들을 살펴 보았다. 똑같은 크기의 똑같은 모양의 문이 달려 있는 걸보니 아마  같은 구조같은 공간인것 같았다. 그 날 나는 똑 같은 구조의 칸막이 집들과 공동화장실을 처음 보았기에 매우 놀랐지만, 더욱 더 놀란것은 문앞 골목길에 탐스럽게 피어있는 꽃들을 보고 나서였다. 화분이라야 찌그러진 우유깡통, 깨어진 플라스틱 바가지, 새까만 사과 궤짝, 쓰다버린 별별 모양의 것들이었지만 그 속에선 채송화가 앙징스럽게 피어 있었고, 나팔꽃이 하늘을 향해 힘차게 줄기를 뻗고 있었으며 맨드라미 분꽃 봉숭아가 마음껏 뽐내고 있었다. 순간 나는 얼굴이 화끈 달아 오른는 것을 느꼈다. 조그만 일에도 불만과 짜증이 나는 내 자신이 몹시도 부끄러웠다 . 나라면 과연 이네들처럼 이런 여건 속에서 불평없이 살고 있었을까 ? 나름대로의 행복된 삶을 살아가고 있었을까 ? 이네들처럼 꽃을 심고 가꾸는 마음의 여유가 있었을까 ? 마음이 불편할 때나 삶의 빛이 퇴색하여 시들해지면 그때 골목가에서 환하게 웃고 있던 꽃들을 생각하고 이를 정성으로 가꾸는 사람들의 넉넉한 마음씨를 생각한다. 그러면 아집과 탐심으로 오는 불편한 마음이 다시금 편안해지곤 한다. 그 곳의 생활풍경은 커다란 교훈이요 일깨움이었다.

그 즈음 불광사를 만났다. 큰 스님의 법문을 듣는 순간 잃어버린 나 자신을 찾는 것 같았다. 고통과 갈등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아니라 결코 때 묻을 수 없는, 불행해질 수 없는, 즉 우리 자신이 반야바라밀 실상의 주인공이며 권능자이며 창조자며 근원적인 진리 자체란 사실을 알게 되었을때 그 기쁨과 환희는 어디다 비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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