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 / 달콤한 휴식
오랜만에 시골집에 반찬 공수하러 온 작은 누나의 지청구다. “그러게, 알 수가 없지. 나중에 공부 덕 좀 보려나.” 나도 자꾸 무언가를 배우려는 내 자신이 궁금하다. 그러나 이런 내 자신을 공부에서 떨쳐버릴 수도 없다. 아무래도 천성인가 보다.
불혹이 다 된 나이에 또다시 공부에 취미가 붙었다. 내가 이렇게 공부의 끈을 놓지 않게 된 연유는 어머니에게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몇 해 전 초여름 무렵에 어머니가 내 앞에서 갑자기 돌아가셨다. 하늘이 꺼질 듯한 슬픔에 잠겨 있을 때 겨우 나를 보듬어서 일으켜 세운 건 8할이 공부였다. 무언가에 미쳐있지 않고서는 아침마다 밥상머리에서 자꾸 떠오르는 어머니 얼굴이 아른거려 흐르는 눈물을 그칠 수가 없었다. 단지 이 슬픔을 돌려세울만한 그 무언가가 절실했다.
어머니는 늘 나에게 걱정하시듯 이런 말씀을 하시곤 하셨다. “사람 구실 좀 해라.” “남 잘 되게 해야 한다.” 어머니는 사람은 사람의 도리가 필요하다고 말씀하셨다. 그것은 지나가는 봇짐장사에게 선뜻 따뜻한 밥 한 그릇을 내어 주시던 배려의 도리, 당신이 가지고 계신 재주를 욕심 없이 내어주시던 나눔의 도리, 명절마다 빼놓지 않고 큰어머니 댁에 고기와 과일을 사들고 가시던 예의의 도리였다. 내가 공부를 쉬지 않는 이유는 그 ‘인간다운 도리’에 가까워지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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