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의 한 자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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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엄의 한 자락
  • 관리자
  • 승인 2009.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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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 따라 마음 따라

현대인은 군중 속에서도 고독을 느낀다고 한다. 단절, 그리고 그로 인한 고독은 우리를 심하게 병들게 하고 심지어 파멸로 이끌기도 한다. 그런데 과연 인간은 실존적으로 단절되고 고독한 단독자인가?

그것은 ‘본래로 그렇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현상적으로는 각각 분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실상에 무지한 나머지 생긴 착각일 뿐이다. 나의 실존은 무수한 관계 속에서 성립되어 왔고, 이 순간도 그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 내가 먹는 쌀 한 톨에도 농부와 상인, 노동자, 사회, 생태계, 대자연과 지구, 달, 태양, 우주 등과 맺고 있는 모든 관계의 조화가 어우러져 있다. 내가 밥알 한 톨을 먹는 순간, 물을 한 모금 마시는 순간, 숨을 한 번 들이쉬는 순간, 아니 그냥 이대로 나는 이 사회와 생태계, 자연과 대우주의 모든 조화에 직결되고 만다. 그러니 우리가 느끼는 고독과 단절감이라는 것은 무지와 착각에서 비롯된 것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인연 속에서 순간순간 살아가는 나의 실존에 눈뜬다면 나를 둘러싼 끝없는 관계에, 그리고 그 관계 속의 무수한 존재들의 은혜에 깊이 감사하게 된다. 그 속에서 우리 모두는 한 순간도 분리된 적이 없는 하나, 중중무진의 인드라망을 이루게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존재의 조건이 된다는 이러한 인식이 ‘바로 봄[正見]’이다. 존재의 근거는 절대신이 아니라 관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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