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뻐꾸기 울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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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뻐꾸기 울던가
  • 관리자
  • 승인 2009.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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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그늘

집 앞 화단에 줄장미가 한창이다. 놀이터에서 참새떼 같이 재잘대던 아이들이 한낮의 볕이 따가 왔던지 다 집으로 들어가 버리고 지금은 조용하다.

길목에 우거져 있는 플라타너스 사이에 늘어진 수양버들 가지가 이따금 흐느적일 뿐, 조용한 공간에 줄 장미 빨간 빛이 가득하다. 플라타너스 푸른빛과 빨간 빛이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 강열한 원색이 풍기는 정취가 오랫만에 마음을 짙은 정감(情感)으로 부풀게 한다.

조용한 공간에 뻐꾸기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려온다. 맞은편 동(棟)에 사는 젊은이가 주차장에 차를 갖다 세우는 후진경적이다. 문득 반갑다. 내가 기다렸던 경적소리다.

지난겨울이었다. 젊은이가 차를 갓 사들였던지 한밤중에도 매일같이「뻐꾸기 왈츠」의 경적소리를 요란스럽게 울려댔었다. 고요한 밤 책상머리에 앉아 있으면 그 뻐꾸기 경적소리는 나로 하여금 동심의 숲속으로 이끌어 주었기에 나는 밤마다 그 뻐꾸기 소리가 은근히 기다려지곤 했던 것이다.

어느 날, 잠을 설쳤던 이웃 노인이 견디다 못해 뛰어 내려와서 경적소리가 시끄러워 영 잠을 잘 수가 없다고 노여움이 여간 아니었다.『이봐요! 젊은이! 뻐꾸기가 겨울에도 우나? 밤에 우는 뻐꾹새도 있는가? 원 젊은이가 뻐꾸기소리도 들어보지도 못했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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