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담 미담] 보살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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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담 미담] 보살엄마
  • 김흥식
  • 승인 2009.07.3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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情談 美談

우리 구치소가 생긴 이래로 한 주일도 빠지지 않고 찾아오는 할머니가 한 분 계시다. 오시는 날은 언제나 매주 화요일 불교종파 집회가 있는 날이고 갈급한 재소자들이 요청하는 날이면 언제든지 오신다. 그리고 가슴에는 한 아름 보따리를 안고 있다. 추위가 심할 때는 이 보따리가 더욱 불룩해진다. 그 속에는 남,녀 내의를 비롯해 새 옷은 물론 헌 양말, 내의도 버리지 않고 손수 빨아서 헤어진 데는 어두운 눈을 돋보기로 밝히고 꼼꼼하게 기워서 가져다 불우한 재소자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준다. 나누어 주는 모습이 그렇게 정답고 인자할 수가 없다. 진자리 마른자리 가리지 않고 보살펴 주시던 어릴 적 엄마를 생각지 않을 수 없다. 마음이 가난한 자에겐 교양 관계서적, 종교사적도 꾸준히 구해다 주신다. 몸은 정정하신데 반백이 넘은 흰 머리 때문에 처음에는 모두들 할머니라 불렀으나 언제부터인지 재소자들 사이에 어머니라고 불리워졌고 차차 정이 들고 격의가 없어지자 <엄마>라고 부르게 되었다. 지금은 누구든지 <보살(菩薩)엄마>로 통칭되고 있다. 어머니에 대한 그리운 정과 응석받이가 가슴에 와 닿아 붙여진 단어이리라.

이 할머니가 안 청정행, 명절이나 국경일이 오면 손수 빚은 인절미 , 시루떡을 해다 주신다. 근무자들에게도 인자한 웃음으로 <수고들 하세요. 변변찮은 것이지만 보살 엄마 솜씨야.조금씩 이라도 맛만 보세요.> 말씀하신다. 몇 달, 몇 해를 두고 그 정성스러움이 너무나도 소박하고 지극해 눈물까지 감돌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 분에게는 자신의 생일을 이 곳 에서 지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자제분들이 잔치를 마련하려고 하면 그 돈으로 몽땅 재소자들이 필요한 물품으로 바꿔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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