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젊은이
상태바
행복한 젊은이
  • 관리자
  • 승인 2009.07.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지심 연작소설

 아침 청소를 끝낸 강여사는 마음이 조금 한가해져서 친구한테 전화를 했다. 며칠 전에 만났을 때 감기가 있다고 하면서 괴로워하던 모습이 생각나서 였다.

 “여보세요.”

 신호가 가고 한참 후에 전화를 받는 친구의 힘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많이 아퍼?”

 강여사는 걱정이 돼서 이렇게 물었다.

 “아니 괜찮어. 잠깐 잠이 들었었나봐.”

 “그럼 내가 괜히 깨웠구나.”

 강여사는 진심에서 미안해 하며, 너무 일찍 전화를 한 걸 속으로 후회하고 있었다.

 시를 쓰는 그 친구는 새벽까지 책을 읽거나 원고를 쓰기 때문에 아침에는 늦게 잠을 잘 때가 많았다.

 그런 날 아침 무심히 전화를 해서 친구의 잠을 깨우고 나면 강여사는 속으로 늘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안하다는 그 생각 속엔 친구의 건강이 좋지 않다는 생각이 잠재해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자기는 어때?”

 친구는 미안해하는 강여사의 마음을 알았는지 이쪽 안부를 물었다.

 “그냥 그래. 머리도 계속 아프고...”

 “긴장 때문에 그럴 거야. 참 엊그제 금강경 다 읽었어.”

 친구는 자신이 금강경을 다 읽은 것을 강여사 한테 알려주고 싶은 마음인 듯 이렇게 말했다.

 강여사는 그마음이 우정의 표시임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가슴한끝이 찌릿해졌다. 그것은 진실의 교감같은 것이었다.

 혼자 살고 있는 친구는 외로움 속에서도 인생의 본질을 찾아, 인생의 순수함을 지키기 위해 자기 자신과 부단히 싸워오고 있었다. 그런 친구를 볼 때마다 강여사는 친구에 대해 깊은 신뢰감을 갖게 되었고, 그 친구가 하루빨리 불교 쪽으로 귀의해서 인생에 대한 근원적인 답을 얻게 되기를 빌고 있었다.

 이런 강여사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그 친구는 자신이 지금 불교 쪽으로 한발 가까이 다가가고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이다.

 “잘했어. 내용이 좀 어렵지?”

 “응. 하지만 전에 반야심경을 몇 번 읽었던 게 도움이 되는 것 같았어.”

 “그렇겠지. 반야심경은 금강경 진수를 모은 것이라니까.”

 강여사는 누구의 해석서를 읽었느냐에 대해서는 묻지 않았다. 책도 인연따라 만나지는 것이므로.

 “날씨가 참 좋지?”

 친구가 화제를 돌렸다.

 “그러게 말이야. 우리 오늘 절에 갈까?”

 날씨가 좋다는 말을 듣는 순간 강여사는 자신도 전혀 예기치 않았던 제안을 했다.

 예기치 않았다고는 했지만 그 제안을 하기까지에는 친구 건강이 좋지 않다는 생각과 친구가 불교 쪽으로 다가오고자 하는 마음을 내고 있다는 생각이 함께 작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