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호야! 넌 알고 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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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호야! 넌 알고 있니?
  • 관리자
  • 승인 2007.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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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현행자의 목소리

진한 커피 향기.

바람에 떨고 있는 어린 나뭇잎.  뽀얀 안개속처럼 아련히 떠오르는 얼굴들...   시간은 너무도 잔인하게 이별을 얘기하고 계절은 소리없이 내곁을 떠나고 있다.  시행착오 속에서 늘 아무런 준비도 없이 맞이한 시간과 안녕이라는 작별인사도 못하고 보내야만 했던 계절들.   그리고 지나온 망각의 긴 나날.

그래  - - 철호야.   엄마가 아빠와 결혼한 그 날은 5월 화창한 오후였어.   엄마는 새로운 삶의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설레는 인생을 맞았단다.  꿈에 들떴던 남태평양에서의 신혼여행은 엄마의 비행기 멀미와 기후로 아빠를 재미없게 했고 시댁의 풍습과 이웃 사람들의 얼굴 익힘이 시작되면서 엄마는 기다리던 반가운 너의 소식을 알게 됐지.

기쁨과 함께 온 너의 심술(입덧)은 견디기 힘들만큼 고통스러웠지만 새 생명에 대한 환희와 엄마가 된다는 행복감에 젖어 하루하루를 넉넉한 마음으로 보냈단다.  그후 엄마는 너의 심술과 불어나는 체중에 힘들어 하면서도 뭔가 너에 대한 추억을 만들고 싶었어.  결과 보다도 과정의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엄마는 생각했거든.   엄마는 철호를 맞이할 준비를 하며 오전엔 부처님께 기도 오후엔 작업을 시작했단다.

사과궤짝을 태워서 화분을 만들고, 깨진 항아리로는 지점토 테이블을, 자갈을 주워서 베란다 정원과 연못도 새로운 느낌으로 다시 만들고, 엄마는 너무 바빴단다.  엄마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어.   철호가 집에 와서 만족해하길 바라며

"야 -   우리집 참 좋구나"하고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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