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자와 이발사의 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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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자와 이발사의 출가
  • 관리자
  • 승인 2009.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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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이야기

 부처님께 말라스의 상업도시인 아누피아(Anupiya) 근교의 망고 숲에 계실 때이다. 팔만의 청년들이 여래의 위덕을 기리며 외쳤다.

『부처님을 모시자. 왕으로 받들자. 왕자들과 무사들은 망고 숲으로 모이자.』

 그 결과로 석가족의 여섯 왕자들도 출가를 하게 된다. 그때 마하나마라는 젊은이가 아나율을 찾아왔다.

『이봐, 아나율 ! 우리 집안에서는 아무도 출가한 이가 없다. 자네가 출가할 생각은 없는지? 자네가 출가하면 나도 자네를 따를 걸세.』

 그런데 아나율은 너무도 세상물정을 몰랐다. 도대체 「없다」라는 말조차 모르는 젊은이였다.

 이런 일이 있었다. 어린 왕자들이 빵내기 공기놀이를 하고 있었는데 놀이에 진 아나율이 하인을 집에 보냈다. 그의 어머니는 정성 드려 만든 빵을 보내 주었다. 아나율은 계속해서 지고 빵은 잇달아 날라졌다. 드디어 마지막 빵을 보내며 어머니는 하인에게 말했다.

『이제 더 보내줄 빵이 「없다」라고 전해다오.』 그러나 또 지게 된 아나율은 이렇게 말했다.

『가서 「없다」빵을 가져오게』

 아나율은 「없다」라는 말을 빵이름 쯤으로 알아들은 것이다. 전갈을 받은 어머니는 이 기회에 「없다」라는 말뜻을 일깨워 주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래서 빈 황금그릇에 뚜껑만 덮어 보내 주었다.

 그때 아누피야의 지신(地神)들이 상황을 알고 수군거렸다.

『아나율은 전생에 아나브하라 였을 때 자기 밥을 그릇 채로 우파리타라는 부처님께 바치고 「저로 하여금 없다는 말을 듣지 않게 하소서. 그리고 음식이 어디서 생기는 지도 모르게 하소서」라고 서원을 세웠었지. 그러한 그가 이제 빈 그륫을 보게 내버려 둔다면, 우리는 신들의 모임에 나갈 수도 없고 그 과보로 머리는 일곱 조각으로 쪼개지고 말거야.』

 그래서 그들은 하늘의 음식으로 빈 그릇을 채워 놓았다. 그리하여 가져 간 그릇을 하인이 쟁반 위에 내려놓았을 때 음식의 향기는 사방에 진동했고 입안에 든 음식은 미각을 전율시켰다. 놀란 아나율이

『어머니께서는 날 좋아하지 않으셨던가, 한번도 이런 음식을 해 주신 적이 없었잖아!』 라고 중얼거리면서 집으로 갔다.

『어머니! 어머니께서는 날 사랑하지 않으셨지요?』

『얘야! 무슨 말을 그렇게 하니? 외눈장이에게 외눈이 소중하듯이 나는 네가 소중한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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