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 과 죽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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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 과 죽 음
  • 관리자
  • 승인 2009.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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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소년 불교강좌

많은 경전과 법문을 통해서 불교를 알게 되고 또 많은 것을 얻어 슬기로운 삶의 지혜로 삼는다. 그러나 청소년들에게는 한문경전과 대승경전이 매우 난삽하고 부담이 되어 그 진의를 깨닫기가 어렵다. 이에, 이른바 초기경전이라 일컫는 아함경에 있는 짤막한 세존의 법문을 통해 현실과 현대인의 갈등을 관조해 보고자 한다. 문답형식의 게송 가운데 번개처럼 스치는 인정과 지혜가 있다.

어느날 코사라국의 프라세짓왕이 세존을 찾아 뵈었다. 예배를 드리고 나서 한 옆으로 물러나 앉자, 세존께서 “대왕께서는 그동안 어찌 지내셨습니까?”하고 물으셨다.

왕은 “세존이시여, 주권을 가지고 넓은 영토를 지켜야 할 관정왕(灌頂王)인 저에게는 갖가지 국사가 산처럼 쌓여 있어 매우 바쁩니다.”하고 아뢰었다.

“그러시겠지요. 그러나 대왕이시여, 만약 나라의 동쪽 변방으로부터 믿을 만한 신하가 급히 말을 달려 왕에게 와서 ‘애왕께 아뢰오. 허공을 찌를 듯한 큰 산이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을 모조리 깔아 뭉개면서 이쪽으로 밀어닥치고 있습니다. 어찌 하오리까?’ 한다면 왕은 어찌 하겠오? 서쪽 변방에서도, 북쪽 변방에서도 그리고 남쪽 변방에서도 똑같은 파발군이 왔다면 이 일을 어찌 생각하시오? 이는 참으로 무서운 사태이며, 인류의 파멸이오. 왕은 어떤 일을 할 수 있겠오?”

“세존이시여, 그런 사태가 벌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무서운 일이며 인류의 파멸입니다. 사태가 이미 그런 지경에 이르렀다면 무슨 할 일이 있겠습니까?”

“대왕이시여, 내 왕에게 설하리다. 왕에게 꼭 당부하리다. 지금 늙음과 죽음이 허공을 찌를 듯한 큰 산처럼, 왕을 향해 밀려들고 있소. 사태가 이에 이르렀는데 왕은 달리 무슨 할 일이 그리 많으시오.”

“세존이시여, 말씀대로 늙음과 죽음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이 때를 당해 제가 할 일이 무엇이겠습니까?

세존이시여 넓은 국토와 주권을 손에 쥐고 있는 관정왕인 저에게는 강대한 상군(象軍)이 있고, 기마군이 있고, 거군(車軍)이 있고 또 보병이 있습니다. 그러나 크나큰 산처럼 밀려오는 늙음과 죽음 앞에서는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또 제게는 아무리 강한 적이라도 주술(呪術)로써 물리칠 수 있는 신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산처럼 밀어닥치는 늙음과 죽음만은 막을 길이 없습니다.

또 저의 궁에는 엄청난 황금이 있습니다. 그래서 나라의 주권을 넘보는 무리들을 황금으로 설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산처럼 밀어닥치는 늙음과 죽음 앞에서는 그 황금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오직 법에 따라 바르게 행하고 착한 일을 해서 공덕을 짓는 일 밖에 없습니다.”

“대왕이시여, 참으로 훌륭하시오. 늙음과 죽음이 밀어닥치는 이 때 왕께서 할 일은 오직 그것 뿐입니다.” 하시며 게송으로 거듭 설하시었다.

저 허공마저도 찌를 듯한

크나큰 바위산이 사방에서

모든 산 것들을 찍어 누르며

밀려오듯이

늙음과 죽음이 다가오네

브라만도 크샤트리아도

바이샤도 수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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