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그늘
그 때 지금까지도 일부 사정은 마찬가지이지만 나와 아내는 참 어렵고 힘든 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전직을 한답시고 11년간의 직장을 그만두고 새로운 일자리를 이리저리 알아보며 빈둥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불확실하고 초조하고 불안한 날들의 연속이었다. 명분과 자존심이 생계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었다. 실로 그것은 실리와는 상반되기만 하는 거추장스러운 것이었다. 물론 이러한 생존의 단순한 이치를 미리 몰랐던 것은 아니지만 인격과 인간적 자기 존엄의 유지와 내면적 가치추구에의 열망은 상사의 간곡한 만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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