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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6.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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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그늘

 대학시절 그냥 껄껄 웃어 넘겼던 철학개론 시간의 노교수 질문은 이제 운명의 화살이 되어 나의 가슴에 꽂혀 있다. 마치 로미오가 ‘운명이 나를 조롱하는구나.’라고 외쳐 되었던 심정으로 도대체 관심조차 가져보지 않았던 질문들(인간이란 무엇인가? 죽음이란 무엇인가? 운명이란 무엇인가? 종교란 무엇인가?. 인간은 그러한 의문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가와 같은 종류의 것들)을 지금은 직업처럼 던지고 있다.

 속 시원한 대답은 하나도 구하지 못하고 있으면서도 나는 가끔씩 자신과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면서 그에 답하는 견해들을 눈에 띄는대로 우표처럼 수집한다. 그리고 언제나 이렇게 기대한다. 이러한 수집은 언젠가는 오동통하고 토실토실한 답변의 태아(胎兒)를 잉태할 것이며, 설령 유산이나 사산의 상처를 입더라도 이 교제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그러나 정직하게 말해서 그런 의문을 추적하는 것에 대한 회의는 이러하다.

 ‘이 물음들은 과연 대답할 수 있는 물음인가? 혹시 대답할 수 없는 물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닌가? 대답할 수 없는 물음에 대답하고자 하는 시도는 아무런 의미도 없지 않은가? 나는 지금 의미 없는 물음의 수렁에 몸을 맡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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