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서단의 동맥 일중 김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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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서단의 동맥 일중 김충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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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6.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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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그·늘·에·살·며·생·각·하·며

우리는 대개 의연하고 고고한 선비의 품격과 자태를 소나무에 비유한다. 온갖 풍상에도 흔들림없이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티는 까닭에 이렇게 비유하는 것일게다. 그리고 이러한 소나무는 해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고아한 절개를 풍기며 그 향기와 멋을 더한다.

많은 소나무상이에 늠연한 기상으로 우뚝 솟은 의연하고 고고한 소나무를 보는 듯 청백무구한 선비의 정신으로 우리나라 서단(書壇)에 커다란 동맥이 되고 있는 일중(一中) 김충현(金忠顯)선생 (70세).

굳이 서예나 다른 예술활동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가 살아온 길이 우리가 가야할 바를 과실없이 밝혀 주는 바 있어 이 작은 지면에 모시기로 했다.

옮기는 자의 미흡한 소견과 좁은 식견으로 소나무는 커녕 그 가지 하나도 제대로 옮기지 못할 지 모르겠다. 그러나 그의 성품과 인격과 예술세계가 그대로 드러나 있는 그의 글씨를 통해 옮기는 자의 미흡함을 가려주기 바라며, 1990년 5월 8일 2시경 관훈동 백악 미술관에서 만나 들은 그의 얘기를 소개한다.

“모든 것은 자연과 결합되어야 합니다. 자연을 대상으로 하는 그림도 속기(俗氣)에 젖을 수 있는 것이고, 인공으로 만든 붓으로 사람이 만든 글씨를 쓰더라도 그 속에 자연을 품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작가에 따라 속기가 하나도 없이 자연적인 아름다움만 찾을 수 있는데 이러한 것은 추구한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우연히 되는 것이지요. 특히 글씨는 잘 써야겠다는 욕심이 앞서면 안돼요.”

종로구 관훈동 백악미술관 3층 그의 사무실에서 만난 일중(일중)선생은 자신의 예술철학을 한마디로 ‘자연과의 합일’로 말한다. 그리고 그것은 무욕(無慾)으로만 가능하다고 덧붙인다.

익히 들어서 알고 있듯이 일중선생은 명문(名門)에 태어나 어렸을 때부터 경학(經學)을 익히며 글씨를 써왔으며 70평생을 오직 한 길로 일관해왔다.

그는 대대로 이름 있는 한학자의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지급도 자신을 비롯하여 여초(如初) 김응현, 백아(白牙) 김창현 3형제가 당대의 유명한 서예가이며 그의 딸 김돈희씨도 한글서예가로 이름이 널리 알려져 있다.

유명한 한학자였던 그의 조부가 ‘중이 하나면 충이요, 중이 들이면 환이라(一中卽忠 二中卽患)’며 그의 호를 ‘一中’이라고 지어주었듯이 일중선생은 중심을 하나로 잡고 서도(書道)의 길만을 걸어온 것이다. 중심이 둘이면 근심이 생기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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