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가로수들도 앙상히 옷을 벗고, 거리를 지나는 사람들의 옷깃을 여미게 하는 찬 바람이 겨울이 왔음을 느끼게 합니다. 이 겨울날 조용히 저의 마음을 열어 작은 믿음의 이야기를 하려 하니 지난날 삶의 파편들이 다시금 되살아납니다.
지난날 짧은 삶에 저는 마음 속 깊이 풀지 못한 의문들, 거기에서 연유한 고뇌, 고뇌와 더불어 방황의 길고 어두운 터널을 헤매었습니다. 한 생명체가 뿌리를 내려야 하는 가정에서부터 저의 의문들, 그리고 방황은 시작되었습니다. 한창 순수하고 아름다운 꿈이 영글어갈 그 시기에 저는 감당하기 힘들고 아픈 상처를 감수해야만 했습니다. 가장 가까이 생활하는 가족들과 융화되지 못하여 느껴지는 소외감은 저의 내면에 커다란 상처를 남기고 더욱더 고통은 커갔습니다. 고통이 크면 클수록 제 마음의 문은 굳게굳게 닫혀갔습니다. 가족들과는 물론, 타인들과의 만남, 그리고 대화를 통해서도 제 마음의 문은 열리려 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우리는 어떻게 만나서 한 가족을 형성하게 되었을까? 또 누구에 의해서 이런 가정에 태어나야만 했을까? 이런 의문들만 머리 속에 찼습니다. 우리 형제는 이복형제이었기에 누구에게든 알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리 가족은 만남 그 자체가 고통이었습니다. 밖으로는 부끄러움이 앞섰고 안으로는 미움이 뿌리내렸습니다. 저의 마음 속에는 탈출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습니다. 이 가족들과 멀리, 그리고 저를 아는 이들로부터 멀리 아무도 없는 곳으로 도피하고픈 마음에 몸부림쳤습니다. 저를 알지 못하는 저 낯선 곳에서 제 꿈의 미래를 펴고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습니다.
월간불광 과월호는 로그인 후 전체(2021년 이후 특집기사 제외)열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