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약한 작은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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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약한 작은새
  • 관리자
  • 승인 2009.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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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에세이 · 나누어가지는 기쁨

 어느날인가 길을 걷다가 어느집 앞에 매어있는 소를 보고 나는 서슴없이 습관대로 진언을 외웠다. "옴 모지 지따 못다 바나야믹, 옴 모지 지따 못다 바나야믹, 옴 모지 지따 못다 바나야믹"하고. 작은 소리도 아닌 약간 큰 목소리로 연이어 하고 있으려니, 잠자코 따라 걷던 도반스님이 소가 뭐라고 하는 줄 아느냐고 묻는 것이었다. 전혀 예기치 못한 질문인지라 모르겠노라고 하였더니 도반스님이 말하길 소가 "너는?" 한다는 것이었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주위에서 보고 듣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만 부끄럽고 창피해서 몸둘 바를 몰랐었다. 늦게나마 변변치못한 자신의 주제를 파악하고 나서 나는 그 소의 커다란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볼 수가 없었다. 그저 퍽이나 자비한 것처럼 축생이나 미물을 대하면 의식적으로 당당히 염불을 되뇌었었는데 "너는?"한다는 그 한마디를 들은 날부터 왠지 떳떳하지 못하고 찝찝한 기분으로 몇일을 보내야만 했었다.

 자기 수신(修身)도 제대로 못하면서 어린이 포교(布敎)다. 청소년교화(敎化)다, 신행회(信行會)일이다 하고 떠들어 댄 내 자신이 몹씨 부끄럽게 여겨졌다.

 여지껏의 나의 삶은 무엇을 해보겠다는 결심들로만 가득했다. 부처님의 거룩하신 발자취 속에서 밤하늘의 별만큼이나 많은 다짐과 결심을 해왔던 것같다.

 이러한 나의 다짐과 결심은 어슴프레 아침이 찾아올 무렵, 특히 춥거나 덥거나 비가 올때 수라장같은 시장통을 다니노라면 더욱 다져졌다. 정말이지 어금니를 꼭 꼭 깨물며 열심히 살겠노라고 재다짐 하곤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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