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욕과 재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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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욕과 재물
  • 관리자
  • 승인 2009.05.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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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구경 이야기

부천님게서 코사라국의 수도 사위성에 있는 기원정사에 계실 때이다. 코사라국은 당시에 마가다국과 함게 2대 강국이었다. 따라서 마다가국의 수도 왕사성과 함께 코사라의 사위성도 모든 문물의 중심지였고 번영을 누리고 있었다.

어느 날 기원정사의 어린 비구가 사위성의 번화가를 누비며 탁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그는 무심결에 빼어나게 아름다운 한 소녀에게 넋을 팔리고 말았다. 그로부터 어린 비구는 안으로 끓어오르는 애정의 불길에 속을 앓으며 짝사랑의 고뇌에 빠지게 되고 드디어는 식음을 마다하고 자리에 누운 채 영롱하던 눈빛마저 시름시름 시들어 가게 되었다.  이에 같은 또래의 도반들이 사실을 알고는 온갖 말과 성의로서 탁마해 보았으나 어느 한마디도 그의 마음을 달래기는 커녕 귀 속에 들 수조차 없었다. 생명의 불꽃마저 점점 가물거리며 몽롱한 고뇌 속으로 잦아 들어가고 있었다. 비구들로서는 더 이상 가련한 한 생명을 어떻게 해볼 수도, 두고 볼 수만도 없었다. 그리하여 억지로 환자를 부추켜 껴안고는 부처님의 처소로 가서 사연을 아뢰고는 처방을 구했다. [ 비구여! 나에게 오기를 잘했도다. 그대의 소원은 쉬이 성취하게 되리니 괴로워할 일이 아니로다. 내 그대를 데리고 성안의 소녀집으로 가서 방편을 써보겠으니 우선 식사를 하고 기운을 차려 채비하도록 하라. ]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난 비구는 물먹은 돌이 끼마냥 금새 새파랗게 기운이 소생하였다.

이리하여 세존게서는 비구며 대중들과 함께 사위성 내로 들어가 소녀의 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거기에는 놀라운 광경이 벌어쪄 있었다. 이미 소녀는 죽은 지 사흘이나 지난 시체가 되어 있었고 온 집안이 비탄의 홍수에 쓸려 경황이 없고, 감히 딸을 매장할 엄두도 없는 중에 소녀의 주검은 헐어 문드러져, 누르끼리한 액체는 꾸무적거리며 시신의 밑바닥을 기어나와 곰실거리며 보는이의 코에 끈끈한 악취를 밀어 넣고 있었다.

세존께서 비구의 안색을 외면하며 말씀하셨다. [ 그대가 탐애한 여인이 이지경에 이르다니 ---변화무상함이 이리도 급하던가. 아름답던 자태도 무상법에 허물어지다니, 슬기로운 이들이야 외양을 쫒으랴.] 그리고서 게송을 설하였다.

미색에 눈은 멀고 마음은 어지러워

무상륜을 타고서도 짐작조차 못하네

흐려진 눈으로 좋다 아름답다.

그러고야 어느 세월에 진실을 알랴.

스스로 만든 줄을 따라가는 거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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