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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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 관리자
  • 승인 2009.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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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법단

① 한생각 일어남을 보라

부처님 앞에 합장하고 나서면 마음이 화평하고 가지고 있던 생각들 그 모두를 다 비워서 햇살 앞에 선 마음처럼 밝은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내가 과연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 진실한 공덕 가운데 마음을 쓰고 있었던가. 진심을 낸 적은 없었던가. 생각하니 부끄러운 생각이 들고 여러분 앞에 서기가 부끄러워 참회의 의미로 이 말씀을 드립니다.

한산(寒山) 스님 시에 이런 것이 있습니다.

“성냄은 이것이 마음 가운데의 불이라

능히 모든 공덕의 숲을 불 사르니라.

보살도 이루려 하거든

인욕하여 곧은 마음을 지켜라.”

瞋是心中火 能燒功德林

진시심중화 능소공덕림

欲行菩薩道 忍辱護直心

욕행보살도 인욕호직심

제가 오래 전에 한산 시를 대하였는데 아마도 그때 기억한 한 구절인 듯 합니다마는, 우리는 끊임없이 자기반성을 해서 일상생활 속에서 항상 생각이 일어난 곳을 돌이켜봐서 일어남이 없는 그곳을 보아 청정한 마음을 지켜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한산 스님이 말씀하시는 인욕이고 곧은 마음이겠지요. 거울에 만 가지 형상이 비치되 형상이 지나가면 그 거울에 자취가 없듯이 그 거울이 말고 밝기 때문에 능히 만상이 비춰서 지나가되 그 거울이 때묻지 않는 것처럼 우리들은 세간 만상에 대해서 가지가지 형상을 대하고 가지가지 만상 생각이 일어나지만 그 생각 밑바닥에 거울과 같이 밝은 빛이 항상 드러나 있어서 능히 비치되 능히 물들지 않는, 능히 있되 능히 집착이 없는 이러한 마음 공부를 지어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②뿌리가 가득히 공했어라

염불을 하거나 참선을 하거나 어떤 것이나 필경 얻어지는 것은 그것입니다. 오고가는 생각, 뜬구름 같은 생각, 물거품같이 오락가락했던 그 수많은 생각들이 일심으로 염불하고 참선하는 가운데 그러한 생각들이 밑바닥 뿌리가 보이고 뿌리가 실로 공하고 없어서 겉모양의 형상은 있어도 속이 없는 것을 환히 봐버리는 것입니다. 환희 봐버린 그 자리가 바로 나 밖의 허공에 있는 것이 아니고 바로 나의 생명 나의 마음 나의 생명 깊이에 있는 제 모습인 것을 봅니다. 보되 밖의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것을 스스로 보는 것입니다. 보되 봄이 아닙니다. 있어도 있음이 아닙니다. 이것이 절대 경지입니다. 이것이 우리 수행의 전체입니다.

우리는 소용돌이 치는 폭풍이나 격한 탁류 속에서라도 맑은 나의 생명, 흘러가는 구름 그 밑바닥에 푸른 하늘이 나의 가슴 속에 항상 있는 것을 분명히 보고 잠시도 거기서 떠나지 않는 것입니다. 여기서 폭풍이나 탁류나 구름을 떠나 따로 푸른 하늘을 보는 것이 아닙니다. 설사어려움을 당했더라도 즉시 마음을 돌이켜 진실성을 보는 것이며 그것은 절대 무한의 공덕장입니다. 이러한 수행을 가지는 것이 불자의 생활인 것입니다.

이제까지 바라밀 수행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생명의 참모습을 숨김없이 진실하게 우리생활 가운데 드러내어 사는 것이며 모든 공덕 모든 성취는 필경 마하반야바라밀 일구에서 나왔다는 사실을 지난번 육조 스님의 법문에서 배웠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침 저녁 일과를 통해서 보고 또한 일주일에 한번씩 법회에 와서 듣고 또 불자들끼리 모이면 그런 이야기를 할 것입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그런 시간은 짧고 그 생각은 슬쩍 지나가버립니다.

③언제나 찬란한 푸른 하늘을 보자

“법당에서는 푸른 하늘 초롱초롱 별이 빛나는 듯하더니, 문 밖에 나가니 날이 흐리고 길에 나서니 비가 오기 시작하고 집안에 이르니 폭우가 쏟아지더라.” 하는 말이 있습니다마는, 아마 이러한 심정들을 이해하실 분이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우리들이 모여서 염불하고 참선하고 혹은 마하반야바라밀하고 부처님 법문을 생각하고 있을 때는 푸른 하늘처럼 거기에 찬란한 별이 내 가슴 속에서 보였었는데, 이 법당문을 나가서 거리에 나가니 날이 흐리고 거리에 나서서 길을 가니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시작했고 집에 가니 와와 폭우가 쏟아지듯이 푸른 하늘은 간 데 없고 맑은 마음 간 데 없는 그런 지경을 우리가 반복하고 있지는 아니한가. 역시 그럴수록 우리들은 언제나 나 자신의 본분이 구름이 아니고 거품이 아니고 그림자가 아닌 것을, 나의 생명 본분은 아무리 구름이 가리고 아무리 거품이 가리고 아무리 어둠이 덮였다 하더라도 실로는 푸른 하늘 빛나는 태양이 내 생명의 본분이라는 것을 우리는 꼭 잊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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