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보리야 아녹다라삼먁삼보리심을 발한 보살은 응당 이와 같이 머물러야 하며 이와 같이 그 마음을 항복시켜야 하느니라. 있는 바 일체 중생의 종류 모두를 제도하여 무여열반에 들게 하되 실로 중생이 제도된 자가 없어야 하나니 왜냐하면 제도하여 준 내가 아상 · 인상 · 중생상 · 수자상이 없기 때문이니라.”

이상은 「금강경 대승정종분」에 나오는 경문의 대의를 인용한 말이다.

대승불교의 보살정신은 이타행의 극치를 보여 주는 자비사상이다. 「自未度先度他」라 하여 남을 나보다 먼저 제도하겠다는 원력으로 살아가는 거룩한 삶을 보살들에게서 보게 된다.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모습은 천태만상이다. 업보중생이라 숙세로부터 지어온 업을 따라 가지가지 다른 양상의 과보를 받아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참가치를 지니고 살아가는 인물상을 구한다면 어떤 상(像)이어야 하는가. 불교에서 부처님 대행역으로 중생구제를 위하여 등장시킨 인물이 보살이다. 바로 이 보살의 삶이 가장 성숙된 인간의 삶의 원형적인 모습이다.

오늘날 우리시대다 안고 있는 많은 문제 때문에 인류사회는 어떤 위기감을 맞고 있다고 한다. 부처님은 사바세계를 오탁악세(五濁惡世)라고 경전 속에서 말씀하시기도 하였지만 전쟁이 일어나 수많은 인명을 살상하고 국제사회가 집단적 이기주의에 집착, 경제전쟁이 가중되며 한 나라 안의 지역사회에 있어서도 범죄가 늘어나고 비리가 만연하여 도덕적 타락상이 매우 심각해져 가는 판국이다. 이리하여 사람의 마음 속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불안한 생각이 일어나 평화롭고 안락한 생의 기쁨을 누리기보다는 갈등과 번민 속에 때로는 허탈해지고 좌절되는 기분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하기야 부처님은 인생과 세상을 괴로움으로 해석하여 인간존재의 비극성을 일찍이 설파하셨지만 그러나 우리는 이 세상을 원론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만 있을 수는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