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 일대기를 읽어가다가 문득 멈추고 무딘 펜을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부처님의 생애야 내 일기 보다도 더 자상하고 소중하게 기억해내고 있는 터이지만, 보면 볼 때마다 전달되어 오는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가끔 어느 페이지든 펼쳐 드는 것이 버릇처럼 되어 있는 터다. 하번 기록된 문구들이 다른 의미를 줄리야 없지만 그 책을 다시 펼치는 내 마음에 자꾸만 가까워지는 의미 속에서, 좀 더 깊은 눈빛을 만나게 되는 것도 솔직하게 말해 두어야 겠다.
세존께서는 성도 이후에 가비라성에 가서 많은 석가 동족을 제도하고 돌아오는 길에 성장된 아들 라후라를 다시 출가 제자로 그 대열에 서게 하시었다. 라후라는 상수제자들의 처소에 머물면서 수련을 했으나 업장이 쉬이 지워지지 않아 나태하고 번민하였다. 부지런히 정진하는 다른 구도자들 사이에서 나태한 라후라는 매우 거치장스러운 존재로 추락되고 말았다. 가섭 등 상수제자는 몹시 염려한 나머지 가섭존자가 멀리 정사에 계시는 세존을 찾아 가기에 이르렀다. 가섭존자는 부처님께 라후라의 정진 상황을 자세히 고해 드리고 나서 다른 제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이 미치니 마땅히 그 해결책을 일러 주시기를 간청했다. 석존께서는 잠시동안 말씀이 없으시다가 이윽고 이런 훈령을 내리셨다.
[너희는 괴로움으로 가득 차 있는 고해에서 반야용선을 만나 파안에 이를 수 있는 다행함을 얻게 되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숙업이 두터운 자가 합승하여 모진 풍랑을 만나 전부가 몰락될 위기에 다달았다. 만약에 그 자를 바다에 빠뜨리면 풍랑이 멈추어 피안에 도달하게 될 것이나, 불살생계를 지키려는 구도자의 자비심으로 그를 그대로 둔다면 큰 화를 당하게 되리라. 그대는 자비심으로 그를 보호하여 전부에게 그 화를 미치게 함이 옳겠느냐 아니면 전체를 구하기 위하여 한 사람을 희생함이 옳겠는가?] 가섭존자는 눈을 뜨고 달려가 정진에 불시한 라후라에게 혹독한 책찍을 가하여 다른 이에게 경각심을 불러 일으키게 하였다. 이에 라루라는 몹시 당황하여 부처님 처소를 찾아 원정을 구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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