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그만 꿈을 꾸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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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꿈을 꾸는 법
  • 관리자
  • 승인 2009.05.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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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가/꾼/다

  한편의 시란 내게 있어 꿈의 거푸집을 한 벌 만들어 내는 일에 다름 아니다. 서른 해 남짓 시를 써 왔으니, 실로 꿈과 함께 꿈을 꾸며 사는 삶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써온 시 작품을 헤아리면 7백여편이 된다. 곧 내가 만들어낸 꿈의 거푸집이 7백벌이라는 계산이다. 그 거푸집에 얼마만한 사람들이 뜨거운 감동의 쇳물을 부어 꿈의 얼굴을 만들어 가졌는지 나로서는 알 수가 없다.

  오히려 나는 내가 만들어낸 거푸집의 쓸모보다는 만들다 부수어 버린, 이 세상에 얼굴도 내밀지 못한 파지 조각들에 더 마음이 쓰인다. 거기 쓰여지다 만 글씨들, 정신의 핏자국이랄 수밖에 없는 먹물 글씨들, 채 모양을 이루지 못한 암호들이란 마치 태중에서 죽어버린 아이들처럼 내 기억을 단단하게 물고 있다. 때로 나는 그 이빨 자국이 선명한 기억을 갖고서 또 하나의 새로운 꿈을 만나기도 한다. 그것은 고통의 꿈이기도 하다.

  꿈꾸는 일이란 애당초 가슴 벅차도록 즐겁고 기쁜 것이었다. 산 너머 자기행복이 있다든가, 무지개를 쫒아가는 따위의 꿈이란 생각만 해도 뿌듯한 설레임이었다. 어느 날 갑자기 그 환희롭기 그지없는 꿈의 얼굴이 두 개로 나뉘어지고, 이제껏 보지 못했던 고통의 얼굴이 꿈이 가진 또 하나의 얼굴임을 깨달을 때까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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