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이웃과 함께 사는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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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웃과 함께 사는 행복
  • 관리자
  • 승인 2009.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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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작소설

  저녁 찬거리를 사기위해 시장에 들어선 강여사는 나직히 탄성을 질렀다.

  시장은 마치 봄 들판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봄의 향취로 가득차 잇어서였다. 달래, 냉이, 원추리, 두릅, 물쑥, 솔고쟁이, 돌미나리, 나물취...

  한겨울에도 봄나물이 없었던건 아니지만 겨울에 난 나물들은 온상에서 재배한 것이 역력해 조화(造花)를 보고 있을 때처럼 별다른 감동이 느껴지지 않았었다. 그러던 것이 며칠 상간인데도 오늘은 그 느낌이 완연히 달랐다.

  순이 발그스름한 다래도 그렇고, 끈끈한 진이 푸른 잎을 감싸고 있는 솔고쟁이도 그렇고, 납작납작한 잎을 애기 손바닥처럼 앙징스럽게 펴고 있는 질갱이도 그렇고...모두가 야산언덕을 헤집고 올라온 것이 분명해 보였다.

  강여사는 물쑥과 다래 그리고 솔고쟁이를 좀 사서 들고 시장 밖으로 나왔다.

  물쑥과 달래는 무치고 솔고쟁이는 국을 끓이면 가족들이 봄의 미각을 즐기며 저녁식사를 할 수 있을 걱 같아서였다. 오늘은 일요일이기 때문에 강여사는 다른 날보다도 가족들의 저녁식사에 마음을 더 썼다. 가족들이 함께 모여 앉아 저녁식사를 할 수 있는 시간은 일요일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비닐봉지에 싼 찬거리를 양손에 들고 시장 밖으로 걸어 나오는 강여사의 마음은 즐거웠다. 계절보다 빨리 온 봄을 양손에 움켜쥐고 있는 기분 같다고 할까?

  "어머 강여사님."

  시장 밖을 거의 다 나왔을때 누군가가 등 뒤에서 인사를 했다. 그래서 강여사는 고개를 돌리고 뒤를 돌아다 보았다. 거기에는 같은 동네에 살고있는 양선생이 서 있었다.

  "양선생님이시군요. 안녕하셨어요?"

  강여사도 양선생을 보며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양선생은 강여사가 부르는 호칭이고 그녀의 공식명칭은 양부장이다. 그녀는 반민반관의 사회단체에서 홍보담당 책임자로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녀를 양부장님으로 부르고 있었다.

  "오래간만이네요. 그동안 별고 없으셨어요?"

  양선생이 밝은 얼굴로 안부를 물었다.

  "네 전 별일 없었어요. 참 양선생님은 이번에..."

  강여사가 조심스럽게 얼굴을 쳐다보자

  "우리 아이 안부를 물으시는군요. 안됐어요."

  양선생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아니 당당하게 대답했다. 자식이 대학에 떨어진 걸 당당하게 말한다는 건 어폐가 있지만 아무튼 강여사가 받은 느낌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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