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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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의 뿔처럼 홀로 가라
  • 관리자
  • 승인 2009.04.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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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심 연작소설

   강 여사는 좌석 버스를 앉아서 망연히 차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늦가을이라고 해야 할까? 초겨울이라고 해야할까? 보도블럭을 덮은 넓은 플라타너스 잎새귀에는 찬비가 내리고 있었다.

   강 여사는 쓸쓸한 적막길 속으로 빠져들며 빗물에 젖어있는 플라타너스 잎새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두달 전만 해도 싱싱한 푸른색으로 나뭇가지를 장식하고 있었을 잎새들은 이제 낙엽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자신들이 한 생을 살았던 나무 밑에 편히 누워있었다. 삶이란 그냥 순환일 뿐이라고 속삭이면서.

   "아주머님 죄송하지만 조금 좁혀 앉아 주시겠어요?"

   옆에서 부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강 여사는 창 밖에 주고 있던 시선을 돌리며 부인을 쳐다봤다. 20대 후반 쯤 된 부인이 세 살 정도된 사내아이를 안고서 자리를 좁혀 달라고 양해를 구하고 있었다. 두툼한 잠바를 입은 아이는 자기 크기만한 로켓트형 비행기를 들고 있었고 부인은 부인대로 불쑥하게 배가 나온 가죽가방을 들고 있었다.

   "네, 그러세요."

   강 여사는 창쪽으로 바짝 붙어 앉으며 가능한 넓게 자리를 만들어 주었고 그러자 부인은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아이와 함께 앉았다.

   강 여사가 처음 차에 오를 때는 자기보다 조금더 나이가 든 부인이 옆에 앉아 있었는데 그 부인은 어느샌가 차에서 내렸고 대신 젊은 부인이 옆에 앉아 동행을 하고 있었다.

 

   "엄마 저게 뭐야?"

   강 여사와 부인 사이에 앉았던 아이는 의자 위에 올라서며 창 밖을 가리켰다.

   "약방."

   부인은 아이가 넘어지지 않도록 한 팔로 끌어 안으며 대답했다.

   "저건 뭐야?"  

   "구두가게."

   "저건 뭐야?"

   "마네킹."

   아이가 가리키는 빵집 앞에는 베이지색 양복에 안경을 쓰고 수염을 길게 기른 서양남자가 웃는 얼굴로 선님을 맞고 있는 마네킹이 서 있었다.

   "엄마 저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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