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락(安樂)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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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安樂) 법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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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4.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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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덕 칼럼

   지난 겨울 동안거(冬安居) 한 철을 전남 곡성군 태안사(泰安寺)에서 지냈다. 정중당(淨衆堂)은 우리들 재가불자들을 위한 참선 선방으로, 문자 그대로 청정한 대중, 즉 중생정화(衆生淨化)의 뜻이 담긴 집이다. 지난해 하안거에도 참가했었으니 나는 일년 중 반년을 이 절에서 보낸 셈이 된다. 아무튼 지난 해는 내게는 내 생애 최고의 해요, 내 삶에 새로운 전기(轉期)를 맞이한 해였다. 평생을 두고 익혀온 거꾸로 된 몽상에서 잠이 깨어난 느낌으로 삶 그 자체를 새로이 점검하게 되었으니 말이다.

   아침 3시 도량송 목탁소리와 함께 하루가 시작된다. 아침 참선은 3시 20분에서 5시까지 있고, 오전참선(8시~10시), 오후참선(2시~4시), 저녁참선(7시~9시)은 두시간씩이다. 한시간 끝나면 중간 죽비는 안치나 시계치는 소리를 듣고, 조용히 밖에 나가 잠깐 보행하는 이도 있지만, 대개는 두시간 계속한다. 후반기 지나면서부터 선방 분위기가 진지함을 더해갔으나, 처음에는 이비인후과 환자들 집합소처럼 사방에서 기침소리, 꾸루룩소리 등이 요란했다. 참 가관이었다.

   참선을 한다고 눈을 감고 앉았으나 생각에 하나로 모이기는 커녕, 망상의 가닥은 천갈래 만갈래다. 우리는 이미 심신장애자를 자처하는 황혼기의 몸이다. 초겨울 어느 차거운 길거리를 굴러다니던 낙엽들인가! 여기저기서 일어나는 기침소리를 들으며 서로의 아픔을 공감하고,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그 엉크러진 생활속에서 이렇게 한 철 석달동안을 뚝 떼어낼 수 있었던 자신들의 용단을 대견해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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