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력을 한다고 하면 송장도 벌떡 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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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력을 한다고 하면 송장도 벌떡 일어난다
  • 관리자
  • 승인 2009.04.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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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 스님이 들려주는 절집 이야기 / 운력(運力)

평소에는 빗자루를 들고 대웅전이나 명부전 등의 전각과 요사채를 빙 둘러 쓴 다음, 모두 마당에 모여 일렬로 서서 빗자루 표식을 하는 것으로 운력을 마친다. 그렇게 다 쓸고 나면 사람들이 남겨둔 발자국은 깨끗이 없어지고, 밀려온 파도가 모래사장에 남겨둔 잔물결 같은 흔적만 가지런히 남는다.

예외 없이 모두가 동참하는 운력

봄이 오면 매화, 동백꽃, 산수유, 수선화, 진달래, 목련, 모란, 벚꽃이 차례로 핀다. 4월이 되면 꽃뿐이 아니라 마당 곳곳에서 잡초들의 활동이 시작된다. 이때부터 가을까지는 잡초와의 전쟁이다. 그렇다고 절 마당에 제초제를 뿌릴 수는없다. 제초제는 물과 땅이 오염되기도 하거니와 풀에 깃들어 사는 작은 생명까지도 죽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니 약을 사용하지 않는다.

고집스럽게 손으로 뽑아야 하는데 도량은 넓고 사람은 적으니 돌아서면 풀이다. 풀을 매는 사람의 뒤꽁무니를 따라 다니며 다시금 무성하게 자라는 것이 들풀이라는 말도 있다. 그래서 매일 아침 공양시간에 이렇게 알린다.

“오늘 7시 30분에 대중 운력이 있습니다. 한 분도 빠짐없이 대웅전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오늘 운력은 향적당 마당 가꾸기입니다. 절에서 운력을 한다고 하면 송장도 벌떡 일어난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예외가 없다는 말입니다. 목탁소리가 두 번 길게 울리면 나오라는 신호이니, 기억했다가 운력에 동참해 주세요.”

땅끝까지 한껏 고뇌를 안고 찾아 온 사람이나, 아이들과 함께 가족여행 겸 찾아 온 사람들, 저 멀리 외국에서 템플스테이를 온 사람들까지 미황사에서 하룻밤을 묵은 사람은 예외 없이 함께 하는 일이 운력이다. 한여름에는 한문학당 어린이들의 고사리 손도 동원된다. 이러한 운력은 자신의 생각과 주변의 환경을 정리해 보는 수행의 시간이다. 동참한 사람들이 스님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또한 자연과도 대화를 갖는 시간이기도 하다.

절에서는 목탁소리의 횟수로써 알리고자 하는 내용을 전한다. 밥을 먹을 때는 한 번, 운력을 할 때는 두 번, 회의를 할 때는 세 번이다. 따라서 목탁은 말이 필요 없는 절의 의사소통 도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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