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는 알 수 없는 것
<법좌에 올라 주장자를 세 번 치고>
영축산이여 오늘 날은 따뜻하고 바람은 화한데
산은 층층하고 물은 잔잔히 흘러가는데
산꽃은 웃고 들새는 노래하네
만물의 머리 머리에 비로자나불이요
물물이 화장세계로다.
<영취비산무(靈鷲毗山無)여 금일일난풍화(今日日暖風和)하고 산층층수잔잔(山層層水孱孱)한데 산화소야조가(山花笑野鳥歌)로다 두두(頭頭)에 비로(毗盧)요 물물화장(物物華藏)이로다.>
종사(宗師)가 법상에 오르기 전에 법문이 다 되고 청중이 좌(座)에 앉기 전에 법문이 다 되었지마는 올라와서 묵연히 있다가 이렇게 주장자를 치고 소리를 하는 여기에 법문이 다 있다.
눈만 꿈쩍하는 거기에 법문이 있는 것이다.
예전에 과목(果木) 기르는 사람이 사십 년 동안 과목을 길러서 과목에는 박사인데 학생들이「선생님, 과목 기르는 법을 우리에게 말씀해 주십시오」그러니까「그렇게 하지」그래서 하루는 날짜를 잡아 가지고 교단에 올라서서 백묵을 잡고 흑판에 글을 쓰려고 하니 쓸 것이 없다. 또 말을 하려고 해도 무엇이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만 백묵을 창 밖으로 집어 던져 버리고 내려 왔는데, 다른 사람은 다 모르고 가만히 있으나 과수를 키우는 사람은 그것을 알고「옳다」하고 박수를 쳤다. 그러니 말과 문자로서는 진리를 표현할 수 없는 것이다.
몸 끌고 다니는 놈
이와 같은 우리 몸은 이론적으로 과학적으로 생리적으로 철학적으로 아무리 따져봐야 부모물건인데 이 물건을 끌고 다니는 운전수 마음자리가 무엇이냐 하면 그것은 말할 수가 없어!
혹은 마음이라고 하고 성리(性理)라고도 하고 혹은 정신이라고 하고 온갖 소리를 다 하는데, 하나도 안 맞고 심지어 몸 끌고 다니는 것이 무엇이냐 하면「삼시랑 혼이 왔습니다」한다.
삼시랑 혼이 무엇이냐? 그것도 모른다. 그러니 이 자리를 말을 할 수가 없으니 이 조그마한 주장자를 가지고 법상을 탁 치고 말을 하는데,
산은 층층하고 물은 잔잔히 흐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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