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샘] 불두(佛頭)와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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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샘] 불두(佛頭)와의 대화
  • 관리자
  • 승인 2009.04.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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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의 샘

   경주박물관 뜰 옆에 머리만 남은 불상이 여럿 놓여 있다.

   하늘이 유난히 맑고 푸른데 초봄의 따스한 햇빛을 듬뿍 받으면서 한결같이 잔잔한 미소 속에 머물고 있다.

   숱한 전란과 인고 속에서도 한마디의 말씀이나 표정의 이그러짐이 없이 본래 모습대로의 미소 속에 있을 뿐이다.

   그들 불두(佛頭)는 오랜 역사의 흐름 속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무심히 앞을 지나는 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며 그들의 불심을 캐고 있을 것이다.

   나는 어느 불두 앞에 머물러 섰다. 나도 모르게 끌어들이는 마력에 머물러 버렸던 것이다. 많은 불두의 미소와는 달리 마치 탈을 뒤집어 쓴 것 같은 형상을 한 불두였다. 그것도 바로 놓여 있지 못하고 비스듬히 자리하고 있었다. 한쪽 눈은 일그러지고 입의 끝은 망가져서 더욱 그 모습이 말이 아니었다. 허나 성한 한쪽 눈과 일그러진 한쪽 눈은 어떤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나는「허, 한쪽 눈이 없군!」기이한 조화의 원인이라도 캐려는 듯이 불두 가까이 갔다. 망가져 버린 입이 움직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보아라, 내 이 눈을!」

   아, 정말 그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 내리고 있었다. 나는 어찌할 바를 모르면서 허둥대고 있었다.

 「이게 어찌된 것입니까?」

   입 밖으로 새어 나온 나의 이 말은 들리는 듯 마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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