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다음에 저는 엄마, 아빠랑 일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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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음에 저는 엄마, 아빠랑 일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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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4.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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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자가정만들기/역촌동 꼬마 포교사 강빈이네 가족

"온누리를 자비하신 은덕으로 감싸주신 부처님. 저희들은 부처님의 크신 은덕을 입은 착한 어린이입니다…." 분홍빛 한복을 곱게 입은 강빈이(11. 역촌국민학교 4학년)가 부처님 앞에 두손모아 올리는 발원문은 강당 너머 천상천하 온 세계로 맑게 울려퍼진다. 이어서 80여 명의 어린이가 준비한 무대의 막이 색색의 조명아래 오르고 춤과 노래, 탈춤과 풍물이 한판  흐드러지게 벌어지더니 이내 잦아든다. 이어 분장과 의상을 곱게 차린 연극이 끝나고 또 한판의 춤과 노래가 따랐다. 놀이판이 끄트머리에 이르자 '나의 살던 고향'이 수화로 불려져 또다시 긴장이 돈다. 그 긴장은 걸진 풍물패의 막내림 장단 굿으로 풀어지면서 마지막 여흥을 돋구어낸다. 그리하여 2시간여의 잔치가 우렁찬 박수로 막을 내린다.

 이상의 장면은 다름아닌 지난 1월 7일 진관사 아버지회(회장 : 정선구)가 아이들과 함께 치뤄낸 성도재일 기념 소년· 소녀 가장돕기 어린이 발표회 모습이다.

 마침 아버지회 회원이며 서양화가인 김경렬 씨가 이번 행사를 위해 부인과 함께 반나절만에 그려주신 부처님의 모습이 걸개용 무대천에 큼지막히 담겨 있어 처음부터 무대 배경을 근사하게 만들어 주었다.

 멋진 부처님이 지켜보는 무대에서 아이들은 그동안 진관사 각성 스님과 지도 교사 두 분의 참여 속에 준비한 장기들을 펼쳤다. 이 날 행사를 위해 아이들은 합숙으로 강행한 고단한 준비 과정도 감수해야 했다. 누가 뭐래도 이날의 수훈갑은 흐르는 콧물을 닦는지 춤을 추다말고 연신 코를 훔치는 사내 아이들이었다. 그리고 은평 경찰서에서는 강당을 선뜻 빌려주었고 승가대에서 연극 연출을 하시는 해인 스님은 조명에 신경을 써 주셨다. 그리고 보니 모두의 정성이 담긴 잔치였다.

 진관사 아버지회는 지난 해 10월 아버지 4명이 작은 뜻을 모아 만든 신행 모임이다. 매주 일요일 어린이 법회에 가는 아이들을 태워다 주고 법회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아버지들이 불교공부도 하고 어린이회도 돕자는 취지가 자연스럽게 모인 것이다. 지금은 벌써 20여 명의 회원이 함께 하는 조직이 되어 95년 사업계획도 세웠고 월례회 참석, 교리강좌 참석, 사찰순례 등의 활동과 이에 적극적인 회원에게도 표창도 할 계획에 있다.

 이 모임을 만들자고 처음 제안한 강빈이의 아버지 박정목 거사(38. 웅진상사 대표)는 아버지회에서 사무국장을 맡고 있다.

 "각성 스님이 없으셨으면 모두 힘든 일이었지요. 스님의 추진력이 대단하셔서 아이들이 합숙하면서 혼도 많이 났지요."

 처음 반신반의로 행사를 준비하였던 아버지회의 회원들은 이 날 성황리에 마친 결과에 모두들 놀라면서도 스스로 게을렀던 지금까지의 상황을 반성하게 되었다 한다. 그래서 기쁨도 잠시 접어두고 앞으로 새로운 불교일을 찾기로 다짐한 것이다. 아버지회는 진관사에 조그만 사무실도 짓는 등 올 한 해의 준비 활동을 거쳐 내년에는 반드시 거사회 법회를 꾸릴 작정이다. 이번 계기로 거사회가 없었던 진관사에 아버지들의 몫이 그 위상을 새롭게 하였다. 특히 이 일은 사무국장인 박정목 거사에게 더욱 각별한 것이었다.

 "어릴 적 지리산 실상사 백장암을 할머니가 데리고 다니셨지요. 탑 아래 저의 이름도 올려 주시며 불교와의 인연을 맺게 해주셨죠. 어릴 적 기억 속에서부터 늘 불교는 저의 마음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박정목 거사는 아직 미수계자다. 아니 수계를 지키지 못할 것 같아 부처님과의 약속을 보류하고 있다. 좋아하는 술도 그렇고 재가신자에게 엄격할 정도의 오계나 십계가 벅차다는 핑계가 그 이유라니 솔직한 편이다. 그래도 텔레비전에 스님의 얼굴만 비춰도 눈물이 나는 타고난 신심의 소유자가 바로 박정목 거사다.

 이번 성도재일은 어머니 보현행 김연희 보살(34)에게도 값진 날이었다. 행사장의 안내 봉사를 맡아 뜻하지 않게 설빔도 겸해 가족이 모두 한복을 새로 해 입을 수 있었다. 그게 그렇게 좋은 것이다. 살림살이로 10년을 쫓긴 주부가 느낄 수 있는 소박한 기쁨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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