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국문학] 5.만해 시의 자비관慈悲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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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국문학] 5.만해 시의 자비관慈悲觀
  • 김용태
  • 승인 2009.03.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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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해 한 용운은 우리 근세사상에 뛰어난 존재다. 그는 학문이 깊은 불교학자로서, 지조 높은 역명가로서, 불후의 명작을 남긴 시인으로서 당대에는 물론 후세에까지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이 글에서는 그가 1926년에 펴낸 <님의 침묵>을 대상으로, 그 속에 있는 시편들을 불교문학적으로 조명해 보고자 한다.

그의 시 속에는 불타의 자비 정신이 가득 차 있다. 그러한 자비 정신을 고찰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비의 본질을 파악해야 학 것이다.

1 자비의 본질

「자비(慈悲)」란 불타, 또는 보살(菩薩)이 모든 중생을 평등히 사랑하고 구원코자 하는 서원(誓願)의 실체인 동시에 그 모습이다. 여러 경전에 나타난 자비의 내용을 종합하여 요약해 보면 ①은 중생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괴로움을 제거해 주는 것, ②는 안으로는 지혜를 감추고 밖으로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 ③은 ①과 ②를 실천키 위해서 시간과 공간에 구애됨이 없이 가지가지의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 등이다. 그런데 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자비의 본체는 「지혜(智慧)」이고 또 그 모습은 사랑이라는 것이다. 이 사랑은 세속적인 사랑과 다른 것이다. 스스로 자기 감정에 빠져서 번민을 가져 오는 사랑이 아니라 자기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사랑으로서 그 속에 무한한 지혜가 담겨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자비는 모든 생명을 사랑하고 그들의 아픔을 다 구원하겠다는 원력(願力)과, 스스로의 모든 고뇌에서 해탈하겠다는 원력과, 무한한 진리를 다 깨닫겠다는 원력과, 필경에는 스스로 불타의 경지에 도달하겠다는 원력에 의하여 성립되는 것이다. 요컨대 「자비」는 불타의 지혜요 불타의 사랑이다.

2 자비관의 시적 전개

앞에서 약술한 바와 같은 자비의 정신이 만해의 시편에는 가득 차 있다.

그의 시집 <님의 침묵>서시에 해당되는 <군말>에는 다음과 같은 귀절이 있다.

님만 님이 아니라 그리워하는 것은 다 님이다. – 하략 –

연애가 자유라면 님도 자유일 것이다. 너에게도 님이 있느냐, 있다면 님이 아니라 너의 그림자니라. 나는 해 저문 벌판에서 돌아가는 길을 잃고 헤매는 어린 양이 그리워서 이 시를 쓴다.

위의 시귀에 나타난 만해의 「님」은 불타도 되고 자연도 되고, 조국도 되고 중생도 될 수 있다. 그만큼 「님」이 가지는 상징적인 의미는 형이상학적인 신비성을 띠고 있다. 이것이 바로 만해시의 애매성이자 무한성일 수도 있다. 이러한 만해시의 무한성은 바로 자비의 정신에 기인되고 있다. 안으로는 지혜의 눈이 밝고 겉으로는 사랑의 폭이 넓은 자비의 정신은 모든 중생을 「님」으로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禪師의 선법>이란 시에서는 다음과 같은 귀절이 있다

사랑의 속박은 단단히 얽어매는 것이 풀어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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