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의 태양을 보던 날(完)
상태바
생명의 태양을 보던 날(完)
  • 관리자
  • 승인 2009.03.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앙수기

 

생명의 태양을 보던 날

행원성 최상자 : 불광법회임원

  5] 쓸어버린 소견처

  저는 그 무렵 불법에 대하여, 나름대로 견해를 갖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은 환히 드러나 있는, 그러면서 말할 수 없는 도리인 것으로 알고 있었고, 그것은 중생을 위해서 도움이 되는 행인 보살행이 진리 자체의 구체적인 모습이라는 소견이 꽉 차 있었던 것 같습니다. 중생을 위한다, 보살행을 한다 하는 것이 이것이 필경의 도리다 하는 나의 생각에서 스님은 중생의 무(無)를 저에게 지적하신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저에게는 중생이 있고, 보살도의 실천이 있고, 깨달음이라는 도리가 있고···하는 상태가 저의 경계였던 모양입니다. 거기에 스님은 중생의 무를 선언하시고 중생을 빼앗고 보살행을 쓸어버린 것 같습니다. 이것은 지금에야 그렇게 생각이 되는 것입니다.

  복도를 걸어 나오면서 계속 치밀어 왔습니다. “중생은 없어!” 이 말을 내가 왜 모른단 말인가 슬며시 오기 같은 것이 솟아 올랐습니다.

  집에 와서는 금강경을 면밀하게 읽어 갔습니다. 몇 시간인가 걸렸습니다. 그런 끝에 금강경은 내가 지닌 나 자신이라는 생각이 들면서 모두를 다 알아버린 느낌이 되었습니다. 속이 후련하고 얼마나 좋았던지 형언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날 다시 스님을 찾아가 말씀 드렸더니 스님은 서슴없이 “대단하군, 그런 사람 없어.”하며 웃으셨습니다. 그때 나는 칭찬하시는 줄만 알고 절을 하고 물러섰습니다.

  집에까지 와서 신명이 났습니다. 다시 스님에게 전화를 돌려서 “스님, 고맙습니다.” 하였더니 스님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딱 잡아떼는 것입니다.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입니다. 저는 그후 팔딱팔딱 뛸 듯이 불이라도 붙은 것처럼 좌충우돌 마구 돌아 다녔습니다.

  나에게 무엇이 안 된다는 것일까? 금강경 속을 헤집고 다녔습니다. 자나 깨나 꿈속에서도 금강경입니다. 금강경을 한 번 또는 두 번 몇 번이나 읽었지만 저는 금강경을 떠나 있지 않았습니다. 숨 막히던 절박감, 나아갈 수도, 물러설 수도 없고, 오를 수도, 뛰어내릴 수도 없던 순간순간을 지나갔습니다.

  6] 불법은 마음도 아니다

  그러던 어느 날 스님께 전화를 돌렸습니다. “금강경은 만 번 읽어도 소용없는데 왜 읽으라 하셨느냐”고 항의했습니다.

 스님은 “행원성은 아직 금강경을 못 읽었어!” 호통이십니다. 저는 주저하지 않고 항의했습니다. 저는 문자로는 금강경을 한두 번 읽지만은 일초도 쉬지 않고 종일 그 속에 살고 있다고 떼를 썼습니다. 스님은 웃으시면서 “행원성 불법은 마음도 생각도 아니야. 아는 것이 아니야. 행원성은 아직 생각이고 이론이야!” 하시는 것입니다.


인기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최신 불교 뉴스, 월간불광, 신간, 유튜브, 붓다빅퀘스천 강연 소식이 주 1회 메일카카오톡으로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많이 구독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