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과학인가, 종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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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는 과학인가, 종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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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10.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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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와 과학 / 뇌과학

아주 여러 해 전에 “불교는 종교인가, 철학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일이 있었다. 그때 “불교는 불교라는 이름으로 충분할 뿐, 그 어원이나 개념 자체가 기독교 전통에서 형성된 종교라는 도그마와 틀에 집어넣을 이유가 없다.”라고 답한 기억이 있다. 내가 알기로는 서양문화가 전래되기 이전에는 우리말에 ‘종교’라는 말은 원래 없었고, 영어의 ‘Religion’이라는 단어가 일본인들에 의해 종교라는 말로 번역되면서부터 사용되어왔다고 한다(혹시 독자분들 가운데 또 다른 견해가 있으면 알려주시면 좋겠다). 그렇다고 나는 불교가 딱히 철학이라고 주장해야 할 이유도 발견하지 못했다. 아무튼 유감스럽게도 당시에는 왜 그런 논쟁이 출현했는지 그 배경을 알지 못했기에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했다는 기억이 뇌과학과 불교를 공부하면서 새삼 떠올랐다.

우리가 알다시피 서양의 기독교는 천동설을 주장하면서 지동설을 주장하는 갈릴레오를 종교재판에 세워서 천동설을 강요했다. 평생을 종교재판에 시달리던 갈릴레오는 말년에 막강한 기독교 권력 앞에 결국 항복할 수밖에 없었고, 지동설을 철회하고 돌아나오면서 “그래도 지구는 지금 이 시간에도 여전히 돌고 있다.”고 혼자 중얼거렸다고 한다. 그뿐만이 아니라 창조론을 주장하는 기독교는 자연법칙과 우주법칙을 근간으로 발달해 온 과학과는 정면으로 대치해 왔다. 그 결과 합리적이고 과학적 사고에 바탕을 둔 많은 서양인들은 종교에 대해서 부정적인 이미지를 쌓아갈 수밖에 없었고, 그들에게 불교는 기독교와 도매금으로 취급되어질 수밖에 없었다. 자연히 불교는 그들이 혐오하는 또 하나의 종교, 동양의 미개한(1900년대 초만 하더라도 서양인들에게 동양의 이미지는 미개했음) 또 다른 도그마로 인지되었을 뿐이다.

기독교의 교리와는 너무나 다른 불교

이 같은 상황에서 불교를 접한 소수 서양인들 가운데는 동양철학과의 만남 속에서 불교의 일부를 접한 이들이 있었다. 물론 그들은 불교를 보자마자 자신들이 생각해 왔던 기독교의 교리와는 너무나도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래서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철학이라고 주장했던 것이다. 한편 심리학자들의 눈에 불교는 종교가 아니라 동양 심리학으로 보여졌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마찬가지로 과학자의 눈에 불교는 당연히 종교가 아니라 과학이었다. 이 말은 불교가 하나의 철학, 심리학, 과학으로서는 훌륭하지만 종교적으로는 그 의미나 가치가 없거나 약하다는 뜻이 아니고, 불교는 자기네가 알고 경험해 온 기독교처럼 객관적·과학적 사실을 부정하는 독선적·배타적·일방적 속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였음은 말할 필요도 없다. 알렌 월레이스(Alan Wallace)는 그것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Buddhism is not a religion; it is a philosophy. It is not some eastern version of Christianity or Judaism(불교는 종교가 아니다. 불교는 철학이다. 불교는 기독교나 유대교 일종의 이스턴 버전이 아니다).” - 발췌: 『Train Your Mind, Change Your B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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