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함께 쌓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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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함께 쌓아 볼까요?
  • 관리자
  • 승인 2008.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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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남, 인터뷰 / 불교생협연합회 이정호 운영위원장

그를 만나러 가기 위해 길을 나선 날은 여름 햇살이 무척 뜨거웠다. 외곽순환도로를 타고 가던 차가 성남 어름을 지날 때 사진 기자가 말했다. “이 부근에 하수처리장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쪽을 지날 때마다 뭔가 냄새가 나요.”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기자는 “그래요?” 하고 무성의한 반응을 보였다.

문득, 냄새나는 것이 꼭 하수처리장 때문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바야흐로 세상은 ‘경제 살리기’에 몸과 마음을 바쳐 충성을 다하고 있지 않은가. 한미FTA도,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책도 모두 경제를 살리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 경제라는 놈은 도무지 살아날 낌새가 없고 사람들만 죽겠다고 아우성이다. 높으신 분들은 이 모든 환란이 ‘경제 살리기’에 바친 우리의 정성이 부족해서 그런 것이라고 하지만 그때마다 의심이 든다. 그게 실은 거짓말이 아닐까? 이 사태의 뒤에 뭔가가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거기서 나온 참을 수 없는 냄새가 온 세상에 진동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자의 머리 속에서 불만과 의문이 들끓기 시작했다. 어떤 희망이 있을지 생각해 보았지만 떠오르는 것은 별로 없었다. 모든 것이 나른해졌다. 고속도로를 빠져 나온 차는 도시인지 시골인지 모를 어정쩡한 동네를 지나고 있었다. 차창을 스치는 풍경도 어느새 기자의 마음을 닮아버렸는지 속절없이 나른함 속으로 침몰하고 있었다. 자동차 정비소가 입구를 지키고 선 좁은 길을 헤치고 가다 보니 창고 건물이 보였다. 그 앞에 허름한 티셔츠를 입은 한 남자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오늘 만나기로 한 불교생협연합회의 이정호 운영위원장이었다.

생명에서 미래를 보다

그가 몸담고 있는 불교생협연합회는 인드라망생협·대전불교생협과 같은 단위 생협, 봉은사·능인석원·석왕사 등에 설치된 친환경농산물매장, 대구와 광주 등에 있는 생협 준비모임이 연합하여 만든 조직이다. 소속 단체가 많지 않아 아직은 준비단계에 있는 조직이긴 하지만 도시와 농촌의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를 통해 도농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갖고 있다.

“인드라망생명공동체 귀농학교 같은 곳을 졸업하신 분들은 귀농해서 유기농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유기농만 한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판로도 중요한 거잖아요? 도시에서의 농산물 소비가 없으면 귀농이 활성화되기 어려우니까요.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생활협동조합이었지요.”

농업에 대한 그의 관심 이면에는 생명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생명의 가치가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한다. 새만금 사업이나 천성산 터널 공사에서 보듯 우리 사회에서 생명의 가치는 완고한 경제 논리 속에서 설 자리가 없다. 사람들은 경제 문제가 화급한 마당에 그런 것까지 따질 여유가 어디 있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생명 경시 풍조가 언젠가는 우리 자신의 목을 조르게 되지는 않을까? 이런 위기감에서 그는 생태운동에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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