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법구
장작을 패려고 생전 처음 도끼 한 자루를 샀다. 번쩍거리는 도끼날이 대담해 보였다. 그래서 ‘눈썹이 잘 생긴 놈’이라고 명명하였다. 이놈을 마루 밑에 밀어 넣어 두었더니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도끼를 가졌다는 것, 장작을 쩍쩍 소리 나게 두 조각으로 가르는 일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며칠 후, 나는 장작을 패기로 했다. 도끼를 꺼내 자루에다 침을 한 번 뱉고, 적당하게 양다리를 벌리고,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고 장작을 향해 내리쳤다. 내가 내리치기만 하면 이 세상이 두 쪽으로 갈라질 줄 알았다. 그러나 내 도끼는 나무의 중심을 정확하게 가르지 못하였다. 중심을 가르기는커녕 번번이 빗나가고 말아, 이만저만 낭패가 아니었다. 내 눈썹은 일그러질 대로 일그러졌다. 그렇게 눈썹이 잘 생긴 도끼도 나를 만나 독기(毒氣)를 잃어버린 것만 같았다.
나는 도끼와 장작을 모두 원망하였다. 도끼는 도끼대로 장작의 중심으로 들어가고 싶었을 것이고, 장작은 장작대로 도끼날을 받아들여 나무로서의 한 생을 마칠 준비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 둘 사이에서 나는 어정쩡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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