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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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물처럼
  • 관리자
  • 승인 2008.0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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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불(四面佛)/팔정사(八正寺)의 심연호 스님을 찾아서

   서울 북악산을 동쪽으로 오르는 성북동을 따라 올라가면 막바지 깊숙한 곳에 팔정사는 있었다. 정연하게 다듬어진 도량, 곱게 가꾸어진 화단이 이 절 스님의 면모를 보는 것만 같다. 처음 스님을 찾은 기자에게 스님은 조용한 겸양부터 시작했다.

  『이렇게 쓸데없이 나이만 먹었을 뿐, 한 일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머리와 가슴을 항상 깨끗하게 비워둘려고 노력하다 보니까 특별히 기억나는 것도, 달리 할 말도 없습니다.』

   그럴 것이다. 스님의 말씀은 몸에 배인 겸양이기도 했지만 푸른 하늘처럼 언제나 마음을 비우고 계시는 스님들에게 있어 특별히 당신 일에 대해서 기억할 일이 있을 리 없다.

   맑으신 스님의 모습, 조용한 겸허에서 허명자조(虛明自照)하시는 스님들의 살림살이를 보는 것만 같다.

   스님은 올해 56세이다. 충남 부여에서 태어나 남들 같으면 한창 귀여움을 받으면서 자랄 어린 나이에 병으로 부모님을 여의고 말았다.

  『그러니까 그때가 7살이었어요. 어느 스님의 도움으로 동진출가하여 공주 마곡사(麻谷寺)에서 지내게 되었습니다. 때문에 내게는 출가동기가 따로 있지 않고 다만 모든 것이 부처님께서 주신 뜻 깊은 인연이 아닌가 싶어요.

   지금도 불법 문중에 있으면서 한 소식을 하기 위해서 살고 있지만 언제나 그 인연을 생각하면 너무나 고맙고 기쁠 뿐입니다. 부처님의 위없는 깊은 가르침을 모르고 산다는 것은 그야말로 암흑세계를 사는 것이며 최악의 불행을 겪는 것이니까요.』

   스님은 보리차를 한 모금 들고 나서 잠시 눈길을 절 마당으로 돌렸다. 부서져 내리는 화사한 햇살을 바라보는 스님의 얼굴에 잔잔하고 편안한 미소가 감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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