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상강단 (12) / 서장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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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강단 (12) / 서장을 마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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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2.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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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국태부인에게 보내는 편지

 대혜스님이 참정에게 보낸 편지중에 『집착도 없고, 그렇다고 깨달았다는 기특한 생각도 없으며, 익혔던 습장(習障)도 가벼워진다는 말을 내가 세번이나 반복하여 읽었으며, 환희용약(歡喜踊躍)을 이기지 못했다. 그것이 바로 부처를 배우는 체험인 것이니 우리집안에 과연 부전지묘(不傳之妙)가 있는 것이다.

 이것은 허공이 나의 입이 되어 이러한 도리를 설(說)할지라도 다 말할 수 없는 것. 도(道)는 가히 전해주지 못하며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을 전해주고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면 어느 사람이 형제에게 일러주지 않을 것이며, 어느 아버지가 그 자손에게 전해주지 않았으랴.

 이것은 간절히 스스로 증득하고 스스로 깨달으며 자신이 긍정하고 자신이 쉬어야 비로소 사무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한 번 웃음에 내가 다시 무슨 말을 하겠는고. 그대에게는 이제 다 쓸데없는 말이 되어 버렸구려. 이쯤 하노라.』

 또 대혜스님은 시끄러운 세간 속에 처해 있으면서 화두를 참구하는 것이 고요한 곳에서 하는 공부보다 훨씬 착실한 것임을 일깨워준다.

 복잡한 세파의 급류 중에서 항상 스스로 용맹스럽게 살펴 방일하지 말고 정진할 것을 당부하면서 오히려 「흐름에 따라 그 본성을 깨달으면 기쁠 것도 슬플 일도 없다.」는 것이다.

 기차가 흔들릴 때 그대로 기대어 앉아 함께 흔들려 주면 차라리 편안해지는 것이다.

 유마거사는 『높은 산정에서는 연꽃이 나지 못하거니와 저 낮고 더러운 진흙 못에 연꽃이 피고 있다.』고 비유한다.

 만일 고요한 곳만 좋아하고 시끄러운 곳을 싫어 한다면 몸이 바다속에 있으면서 물을 찾고, 날로 산정을 밟으며 산을 찾는 것과 같아서 중생을 버리고 부처를 구하며, 세간상을 무너뜨리고 실상을 찾는지라 곳곳에 처해 있으되, 자신의 마음을 화두로써 잡드리면 해결된다고 대혜스님은 역설한다.

 나의 마음이 평화롭고 안정되었을 때 삼라만상의 경계는 평화스러운 것이며 내 마음에 원망함이 없을 때 상대방도 원망함이 없는 것이니 이것은 어떤 의미에서 불교의 지극한 윤리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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