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정리를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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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랍정리를 하면서
  • 관리자
  • 승인 2008.02.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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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지심연작소설

농속에는 지난 가을에 정리해둔 여름옷들이 개어놓은 그대로 차곡차곡 들어 있었다.

강여사는 잠시 잊고 있었던 친근한 벗을 다시 만난 것 같은 반가움을 느끼며 서랍 속에 정리해 둔 옷들을 꺼냈다.

옷을 꺼내놓고 보니 몇 년 동안이이나 한번도 입어보지 않은 채 계절이 바뀔 때마다 이 서랍 저 서랍 옮기기 만한 옷들이 몇 가지 눈에 띄었다.

남들보다 옷이 많은 편도 아니었지만 나이를 먹다보니 자연 불필요한 옷가지들이 생기게 되었다.

강여사는 입지 않는 옷들을 펴들고 버릴까 말까 궁릴ㄹ 해보다가 도로 접어서 장롱 속에 넣었다. 넣어두면 언젠가는 입을 일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전에처럼 옷이 귀할 때는 입던 옷도 남한테 나눠주는 것이 상례가 되었지만 요즈음은 싼 옷들이 많이 쏟아져 나오기 때문에 헌옷을 남한테 주는 일은 자연 삼갈 수밖에 없게 되었다.

옷 정리를 끝낸 강여사는 내친김에 책상서랍도 정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하고는 책상서랍을 모조리 꺼내서 방바닥에 쏟아 부었다. 그러자 방바닥에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산더미처럼 쌓였다.

빈약병, 파스, 사진필름, 편지, 반창고, 노끈, 명함, 종이부스러기 들 ···.

강여사는 서랍속의 먼지를 깨끗하게 털고는 잡동사니들을 도로 챙겨서 서랍속에 넣었다. 당장 필요하지는 않지만 언제가는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였다.

오전 내내 농속과 책상서랍을 정리하고 있던 강여사는 묘한 생각에 젖어들었다. 언젠가는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고는 했지만 실상 농속의 옷이나 책상속의 잡동사니들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은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니까 당장 없어진다고 해도 별로 아쉬울 것도 없는 허접 쓰레기들이 반넘어를 차지라고 있었다.

‘내 삶도 어쩌면 이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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