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사에 가서 입춘기도를 드렸다. 기도 중에 난 정말 돌아가신 시어머님이 보고 싶었다. 요즈음도 난 가끔 어머님이 보고 싶으면 눈물이 날만큼 보고 싶다. 진짜 솔직한 심정이다.
어머님이 돌아가신 지는 만 9년이 됐고 몇 년 전에 아버님께서는 재혼을 하셔서 새 어머님이 계신다. 지금 어머님도 무척 좋으신 분이다. 우리가족 모두와 함께 호흡을 맞추어 열심히 살아주시고 텅 빈 어머님자리를 꽉 채워 주시니 참으로 감사드린다. 언젠가 새어머니께서도 지금의 우리를 보면 돌아가신 어머님의 자리가 어떠했던가를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다.
흔히들 고부간의 관계는 영원히 풀 수 없는 삼각관계라고 한다. 그렇지만 내 개인적인 경우는 이 말을 이해하기가 좀 어렵다.
난 한 번도 시어머님과 시댁의 ‘시’자에 부담을 느껴본 적이 없으니 말이다.
난 가끔 남자들이 여자들 머리는 조두(鳥頭)야! 라고 표현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이 말은 좀 공감이 가는 부분도 있다. 우리 여자들은 시누이, 올케, 시어머님, 며느리 이 모든 입장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자기가 처한 당장의 위치에서 왜 그리 위세(?)를 떠는지 난 도저히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남자들에게 그런 말을 들을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난 올해로 시집 온지 꼭 15년이 되었다. 15년 동안 나는 시댁과의 관계에서, ‘아냐! 절대 그럴 수 없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항상 감사하고 왜 그리 고마운 일이 많은지…. 난 참 복이 많다고 생각되어 진다. 항상 사랑해주는 모든 분들이 고마울 뿐이다. 아직도 돌아가신 어머니의 푸근하고 넉넉한 마음이 와 닿는 정겨움을 난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형님과 난 요즈음도 가끔 제삿날이나 명절날이 되면 부엌에서 일하면서 “형님! 어머님 보고 싶지요?” 우린 서로 어머님을 그리워하고 있는 마음을 동시에 느낄 수가 있다. 시어머니께서는 무척 키가 크셨고 덩치가 크신 분이셨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길에서 키가 크시고 덩치가 크신 분이 지나가면 난 깜짝 놀라 우리 어머님이신가? 하고 다시 처다 보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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