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샘
작년 초여름 문인협회 주최의 전국순회 문예 강연회가 부산에서 있었다. 연사의 한 사람인 서정주씨의 강연을 감명 깊게 들었다.
ㅡ 우리는 고달프게 사는 백성이다. 그러나 고달프게 살기 때문에 우리는 또 삶의 참맛을 알 수 있는 행복한 백성이다.
미당(未堂)은 그날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고달프게 산다는 사실 그것에 대해서는 구태여 설명을 붙일 것이 없다. 안팎 사정이 모두 그렇다. 문제는 그러한 고달픔이 어째서 <삶의 참맛을 알 수 있는 행복>으로 전환되는가 하는 점이다.
고달픈 생활, 그것은 여유가 없는 절박한 생활을 뜻한다. 우리의 상식은 그러한 생활을 불행한 생활 ㅡ 적어도 행복과는 인연이 먼 생활이라고 규정해 버린다. 그러나 한걸음 물러서 보라 물러서서, 가령 지금 나의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저 한 알의 사과를 생각해 보자. 그 사과는 올해 여섯 살 난 나의 딸애가 조금 전에 두 개를 먹고 이제는 맛이 없어 못 먹겠다고 버리는 대신 나의 책상 위에 두고 간 것이다. 누구나 맛있는 과일이라고 말하는 그 사과를 그 애는 어째서 맛이 없다고 버리고 말았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배가 불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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