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진 수레는 굴러갈 수 없고, 노인은 닦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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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수레는 굴러갈 수 없고, 노인은 닦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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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7.12.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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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가 있는 사찰기행 / 단풍에 물든 선풍의 향기, 장성 백암산 백양사(白羊寺)
▲ 가을 백양사의 백미. 연못에 비친 쌍계루와 백학봉의 환상적인 모습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첫 총림이자, 가장 나중 총림 _ 굳이 단풍을 구경하기 위해 백양사를 찾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마침 아기 손바닥만한 앙증맞은 백양사 ‘아기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시기라, 물결을 이룬 관광객들 사이에서 덩달아 넋을 잃고 오색찬란하게 타오르는 단풍에 푹 빠져든다. 곱디 고운 단풍에 몸도 마음도 다 물들어가는데, 어디선가 목탁소리가 울려 정신을 가다듬게 한다.

백양사는 해인총림(해인사), 조계총림(송광사), 영축총림(통도사), 덕숭총림(수덕사)과 함께 우리나라 5대 총림의 하나인 고불총림(古佛叢林)을 이루고 있다. 총림은 많은 스님들이 한 곳에 머무는 것을 나무가 우거져 숲을 이루는 모양에 비유한 것이며, 종합 수련장으로서 선원(참선수행), 강원(경전교육), 율원(계율교육)의 교육기관을 모두 갖춘 사찰을 의미한다.

백양사는 국내 첫 총림이자, 가장 나중 총림이기도 하다. 1947년 만암 스님이 일제잔재 청산과 민족정기 함양, 승풍진작 등을 목표로 호남 고불총림을 결성했다. 그러나 한국전쟁 때 전각이 소실되어 총림이 취소됐다가, 1996년에 다시 총림 지정을 받았다.

백암산 백학봉 아래 둥지를 틀고 있는 백양사는 백제 무왕 33년(632)에 여환 선사가 창건했다고 전해지는 고찰로, 본래 이름은 백암사였고 1034년 중연 선사가 크게 보수한 뒤 정토사로 불려졌다. 조선 선조 때 환양 선사가 7일간 금강경을 설법하는데 법회가 3일째 되던 날 흰양이 내려와 스님의 설법을 들었다. 법회가 끝난 날 밤 스님의 꿈에 흰 양이 나타나, ‘나는 천상에서 죄를 짓고 양으로 변했는데, 이제 스님의 설법을 듣고 다시 환생하여 천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라며 절을 하였다 한다. 이튿날 약수암 아래에 흰 양이 죽어 있었으며, 그 이후 절 이름을 백양사라고 고쳐 불렀다.

현대 한국불교 선종의 산실, 운문암 운문선원 _ 가을엔 우리나라에서 가장 선명하고 빛깔 고운 화려한 단풍에 시선을 고정시킬 수밖에 없지만, 백양사는 일주문을 들어서면서부터 긴 진입로를 따라 숲의 향연이 펼쳐진다. 수백년 된 아름드리 갈참나무를 비롯해, 졸참나무, 고로쇠나무, 때죽나무 등이 맑은 향기를 내뿜고 있다. 특히 절 뒤편에는 난대성 상록수인 비자나무 5,0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며 천연기념물 제153호로 지정되어 있다.

카메라폰과 디지털카메라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백양사는 온통 사진 찍는 이들로 붐비고 있다. 유독 많은 사람들이 카메라를 들고 몰려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쌍계루 앞이다. 계곡을 막아 만든 연못에 쌍계루와 백학봉이 오롯이 담겨 환상적인 모습을 연출한다. 아마 모든 카메라에 저마다의 작품으로 이 장면이 담겨져 있지 않을까 싶다.

쌍계루 뒤편, 푸른 이끼를 머금고 있는 고승들의 부도밭을 지나 경내로 들어서는 천왕문 옆에 ‘이 뭣고’ 탑이 우뚝 솟아있다. 화두를 접하고 보니 현대 한국불교 선종의 산실이라 일컬어지는 운문암 운문선원으로 얼른 오르고 싶어진다. 대웅전과 극락보전, 명부전, 우화루, 종각 등을 휙 하니 살펴보고, 백양사에서 3㎞ 가량 떨어진 백학봉 아래 위치한 운문선원으로 서둘러 발길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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