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그늘] 석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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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그늘] 석류꽃
  • 김상옥
  • 승인 2007.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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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있는 곳

 얼마전 고향엘 다녀 왔다. 나의 고향은 경남 충무다. 「충무」라는 지명은 한산도 대첩(閑山島大捷)을 하여 일찍이 우리민족을 왜적의 발굽에서 지켜주신 충무공 이 순신(李舜臣)의 시호(詩號)에서 따온 이름이다. 하지만 시호를 지명으로 전용(專用)하는 것은 서양 사람의 흉내를 내는 것 같아서 썩 마음에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행정적인 호칭으로는 「충무」라 했지만, 고향에 대한 옛 향수를 가진 사람들은 옛날 이름 그대로 곧잘 통영(統營)이라 불러 왔다. 「통영」이란 제1대 3도수군 통제사(三道水軍統制使)의 영문(營門)이란 것을 약칭한 지명이다.

 부산서 마산으로, 마산서 충무로 차에 실려 새로 트인 국도(國道)를 달리는 데 도로 변은 온통 비에 젖은 진초록 나뭇잎이 눈에 싱그러웠다. 얼마 동안 이 진초록 풍경에 취하고 있는데, 뜻밖에 눈이 따갑도록 숯불같은 진홍(眞紅)빛이 스쳐가는 것이다.

 이게 뭔가? 하고 자세히 바라보니 그것은 덤불 속에 자생(自生)한 석류나무의 석류꽃이었다. 이 땅의 어느 시인(詩人)은 「석류꽃은 지상(地上)의 산호(珊瑚)」라 말했었다. 검푸른 녹음 속에 선연(鮮硏)한 진호의 꽃 망울·····이것은 꽃이라기 보다 정녕 푸른 수해(樹海)속에 돋아난 산호 떨기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이 석류꽃은 동양적이고, 한국적이면서 또 가장 향토적인 꽃이다. 내가 모처럼 고향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이 잊어버렸던 꽃을 찾게 된 것은 기실 의식속에서 거의 잊혀져가던 향토와 향토적인 생활과 그 생활에 대한 향수(鄕愁)를 찾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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