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샘
재직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퇴근이 늦어져서 야간 학원에 다니는 사환 아이를 먼저 보내고나니 큰 방이 더욱 휑하여 보인다. 나는 창가에 다가서서 멀리 저물어가는 시가를 바라보다가 창에 비친 내 모습을 발견하였다. 하얗게 센 머리, 주름진 얼굴이 유난히 초췌함에 놀랐다.
그러니까 그때는 내가 정년퇴직을 한달 앞두고 있던 때였다. 나는 회갑을 치른 다음 해에도 학생들에게 큰소리를 치면서 체력대결도 불사하였다. 그러면서도 연령에서 오는 압박감을 무시하려고 노력을 하였건만 나이는 속일 수 없는 것인지 주위에서는 이미 할아버지로 대접하는 데는 도리가 없었다. 처음에는 할아버지란 말이 귀에 섬찍하고 불쾌감마저 일으키던 것이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질 뿐만 아니라 노인 대접을 소홀히 하든가 무시할 때는 도리어 역겨움마저 일어나는 걸 보면 先何心後何心인지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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