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에 굶주린 귀신, 아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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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에 굶주린 귀신, 아귀]
  • 김남수
  • 승인 2023.07.25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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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곡사명 감로탱>(1764), 원광대학교 박물관 소장
‘감로탱’은 육도윤회에서 헤매는 중생과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의식을 담은 불화다.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육도(六道)윤회 중 천인, 인간, 축생(짐승), 지옥은 시각적으로 많이 표현돼서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이다. 그런데 아수라(阿修羅)와 아귀(餓鬼)는 생소하거나 언뜻 모습이 떠오르지 않는다.

아귀는 배고픈 귀신이다. 목은 가늘고 길지만 배는 산같이 크기에, 항상 배고픔에 굶주린다. 불교는 중생의 구제를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채울 수 없는 욕망에 사로잡혀, 항상 배고픈 아귀는 어떻게 구제될 수 있을까?

음력 7월 15일, 사찰에서 진행되는 백중 혹은 우란분재(盂蘭盆齋)는 아귀와 관련된다. 전생의 업보로 지옥에 떨어진 어머니가 목련존자의 기도와 공덕으로 아귀로 변하고, 아귀는 다시 개로 태어난다. 마지막으로 목련존자의 연등 공양과 보시, 그리고 그 공덕으로 천인으로 태어나는 인생의 파노라마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우란분재의 핵심은 윤회 속에 헤매는 중생을 구제하는 연등 공양과 보시의 공덕이다. 하안거가 끝나는 날인 음력 7월 15일에 스님들께 공양한 공덕으로, 지옥에서 벗어나 아귀와 개로 변한 목련의 어머니는 천상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아귀를 볼 수 있는 또 다른 곳이 감로탱이다. 감로탱에서는 배고픔에 굶주린 아귀, 공덕으로 구원받은 아귀, 그리고 아귀의 왕인 면연귀왕(面燃鬼王)이 주인공이다. 그리고 우란분재의 목련존자 대신 아난존자가 등장한다.

감로탱에서는 아귀의 구제를 위한 수륙재(水陸齋)의 모습이 표현돼 있다. 아귀뿐 아니라 인간, 축생, 천인 등 육도윤회하는 중생의 구제를 나타낸다. 그곳에는 죽은 자를 이끌어 주는 천도(薦度) 의식만이 아니라 놀이하는 연희자와 사당패, 왁자지껄한 중생의 모습이 등장한다. 죽은 자와 산 자를 구제하는 의식인 수륙재가 축제의 모습으로 표현된 것이다.

몇몇 사찰에서 수륙재를 복원해 설행(設行)하고 있지만, 우리네 사찰에서 아귀의 구제는 여전히 칠칠재(七七齋) 중심의 우란분재다. 옛 어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하루 혹은 며칠간 기도로 진행했던 우란분재 의례가 칠칠재 형식의 천도재 중심으로 변한 시기는 1980년대 이후라 한다. 선망조상의 천도를 바라는 그 마음이 현대적 의례로 정착된 것이다.

수륙재라는 축제의 세계로 한 발 들어가 보자.

 

일러두기
감로탱(甘露幀)은 감로탱화(甘露幀畵), 감로왕도(甘露王圖), 수륙회도(水陸會圖)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본문에서는 감로탱으로 통일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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