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그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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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수 그늘] 산
  • 한상훈
  • 승인 2007.12.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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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턱에 서다

 새벽에  나는  산에 오른다. 기척에  놀라며  푸드득 거리다가  하늘로  날아가는  산비둘기, 풀벌레 울음,  싱그러운  풀잎들과  교감(交感)하다  보면,  머리 구석에  머물러  있던  일상의  생활의 찌꺼기가  스물스물  가라앉고  산바람이  정수리를  통해  힘차게  들어온다.  온몸  구석구석까지  상쾌함이  번져오고  이미 하루 생활은  그러한 기분으로  유지된다.  하지만  나는  산에 나흘을 계속 올라가 본  적이  없다. 새벽녘 게으름이  나의 의지를 어김없이 짓뭉게  버리기  대문이다. 산에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만  마음에 지닌채 열흘이고  보름이고  그냥 지나가  버린 적도 있다.쉽사리 포기하지도 않고 좀 더 강한 진념으로  생활화 시키지  못하면서  어정쩡한 가운데 벌써 한해가 저물어 간다. 이러한 나의 생활의  단면은  어느 의미에서  내가  지니고 있는 본질적  속설중의  하나인지도  모른다. 무신론자  앞에서 유신론자가  되고, 유실론자  앞에서  무신론자가  되어 한없이  양쪽을  들락거리면  때로는  철저하게  무장된  이기주위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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