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그늘 - 나의 얼굴
친구들은 한자리에 모여 앉으면 의례 공담이 줄을 잇는다.
우선 동업자들의 근황과 뒷소문이다. 모 시인과 모 작가가 모 처에서 이해관계에 얽혀 대판 싸움을 했다느니, 모 시인이 남편과의 불화로 이혼 일보 직전에 있다느니, 골동품 수집이 취미인 모 작가의 소장춤은 수억대에 달한다느니.
이야기는 굴러굴러 속을 태우는 파출부가 화제에 오르는가 하면, 백화점에서 산 홈웨어로 옮겨지고, TV연속드라마로 옮겨지고, 아들 딸 자랑으로 옮겨진다.
참으로 공허롭고 가치없기만한 공담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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