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의 향기 - 뒤늦은 고백
매일같이 쏟아지는 학력위조 관련 소식은 이제 아예 ‘고백 대행진’이라는 제목의 시트콤으로 보일 지경이다. 어지간한 과오는 남들 고백할 때 한꺼번에 묻어가는 게 그나마 덜 부담스럽다는 걸까. 그럼 나도 이참에 사소하지만 기억에 남는 고백을 하나 해볼까?
유난히 뜨거웠던 2002년 일본의 늦여름. 난 학업에 치여 월드컵 열기조차 제대로 만끽하지 못한 유학생이었다. 그 날도 무슨 발표 준비를 위해 모처럼 큰 맘 먹고 찾아갔던 국회도서관. 창 밖에 넘실거리는 화창한 햇살을 애써 무시한 하루를 보내고 퇴실하기 전, 사물함에 넣어둔 소지품을 찾으러 갔다. 반듯반듯한 사물함들이 줄지어 있는 복도 구석에 떨어져있는 종이뭉치를 본 것은 바로 그 때였다.
뭔가 싶어 다가가 보니 그냥 종이가 아닌 지폐 세 장. 3천엔이었다. 당시 환율로 치면 우리나라 돈 3만원에 해당하는 액수. 살아오면서 그런 식으로 생긴 불로소득이 기껏해야 몇 천원 안팎이었던 내게 자그마치 3만원! 세상에 3만원이라니! 물가 비싼 나라에서 팍팍한 생활을 하는 유학생에겐 적어도 몇 끼의 식비, 며칠간의 교통비로 충당하고도 남을 거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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