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행(苦行)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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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행(苦行)의 의미
  • 관리자
  • 승인 2007.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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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남덕칼럼

남지심 선생님!

몇 십 년 이래의 혹심한 더위라는데 서울 아스팔트 바닥에서 어떻게 이 여름을 견디었나요.

여기 산중은 더위와는 상관없으려니 했더니 올 여름은 그게 아니였어요. 우선 정중당이 너무 더워서 천정에 선풍기를 두 개 달았지요. 선방의 선풍기! 이건 최악의 상황이네요. 선풍기 그것쯤 요란하게 돌아간다고 끄떡이나 할 더위인가요. 그런데 사람들은 거기에 매어달리니 나는 이래 저래 앉아 있을 자리가 없네요.

나는 풍기(風氣)가 있는 오른쪽 안면․등․어깨가 견딜 수가 없어 ‘자유정진’의 부류에 들게 되었고 드디어는 나 하나만 선방을 넘나드는 신세가 되었네요.

덕분에 지난달 18일부터는 밤 참선은 나 혼자 연못가 평바위 위에서 하기 시작하여 그동안 비가 내린 며칠 동안을 제하고는 아주 좋은 밤 시간을 보냈어요. 때마침 초아흐레 반달이 연못물에 비치고, 시원한 밤 바람이 물결 위의 달 그림자를 밀며 노니 선경(仙景)이 따로 없지요. 숫제 방석과 담요를 들게 내려와 밥을 새워 장좌불와(長坐不臥)로 참선을 했지요. 희한하게도 모기 한 마리 귀찮게 안 구는 좋은 밤이었어요. 가끔 연못 속의 잉어들이 달밤에 체조하는지 펄쩍 뒷면 달 그림자가 그 소리에 부서지고 부엉이 소리, 개구리 소리, 그리고 풀벌레 소리만이 거기에 화답. 새벽 2시 반이 되어 정중당에 기상하는 인기척이 날 때까지 6시간 동안, 난생 처음 한데서 철야하여 눕지 않는 채 최고의 양야(良夜) 참선을 한 셈이죠. 밤중에 몇 시경이나 되었을까. 상선원(上禪院)의 스님 한 분이 연못 중아 탑돌이를 하고 갔고 얼마 뒤에 또 한분이 연못가를 돌고 갔는데 어찌나 조용하고 마치 그림자같이 신비롭게 느껴졌는지, 나도 그 뒤를 이어 일어나서 정성스럽게 탑돌이를 했네요. 저녁식사도 안했고, 달빛에 취하여 그런지 몸의 체중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가벼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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