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국토순례기] 중국 1 남경 영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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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토순례기] 중국 1 남경 영곡사
  • 이병주
  • 승인 2007.10.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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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국토 순례기/중국 사찰 기행(1) 강소성 남경의 영곡사

지난 1991년 5월 24일 남경에서 열린 당송시사학술발표회에 「한국문학상의 두시」를 발표하기 위해 소련항공(아에로프로트)편으로 중국의 제2도시 상해에 내렸다. 미리 여행사에 아퀴를 맞춰 놓은 가이드의 마중을 받아, 우선 상해도서관으로 가서 두보(杜甫)의 시문집으로 최고의 유일본(1039년 간)인 송본 『두공부집』부터 열람하였더니, 공교롭게도 정전이 돼서 휴관이라 후일을 위해 열람신청을 하고 돌아섰다.

그래서 내친 김에 중산로 만국공원으로 가서 독립지사 박은식․노백린 두선생의 묘소에 재배를 하고, 이어 황포강변을 돌아 곧장 소주(蘇州)로 달려 당나라 장계(張繼)의 「풍교야박(楓橋夜泊)」 시로 헌사된 한산사(寒山寺)를 찾으렸는데, 가이드가 왕복에 무려 5시간이 걸려 안된다는 바람에 부득이 뒤로 미루었다. 실은 관광지도를 보면 불과 수원 정도인데 좁은 땅에서 자란 선입견의 착각이었다.

그래서 외국에 내리면 우선 거리감각부터 바로 살펴야 하는데, 관정(觀井)의 실수여서 속으로 웃으면서 개혁된 야경만 만끽했다.

그나마 이튿날 아침 7시 (서머타임)발 특급 합비(合肥)행을 타고 남경으로 달리면서 소주를 지나는 바람에 차창밖으로 바라보고 속절없이

달은 지고 가마귀 울고 서리는 하늘에 그득/강풍교 어선의 등불 마주해 시름에 잠겨,/화사를 극했던 고소성 밖의 한산사/한밤중 객선에 다다르는 쇠북소리여./

라고 읊조리었다.

사실 남경이라면 육조(六朝)이래 수도인 금릉(金陵)으로 우리 한국문학의 개산시조인 신라 최치원(崔致遠)의 명작 「등윤 주자화사 상방」시로 해서 진작 귀에 익고, 또한 일본군의 남경학살 르포로 익히 돋본 상록의 도시로, 우리의 유학생이 나든 곳이어서 마음부터 도사려졌다. 그래서 우선 붓으로 고운(孤雲)의 자화사시를 써서 옆자리의 노인에게 보였더니, 자못 아는 듯이 고개를 끄덕여 더불어 소리내어 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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