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다실(佛光茶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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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광다실(佛光茶室)
  • 관리자
  • 승인 2007.10.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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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평선 위에 솟아 오른 아침해는 장엄 한마디로 다 할 수 없다. 우리의 지구는 몇번이고 태양 표면을 돌고돌아 이제 한해라는 순환으로 꼴깍 한바퀴가 끝나려 한다. 아침 해의 찬란과 같이 그는 도처에 영원한 아침 해를 주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낮이 있고 밤이 있고 또 아침이 있고 그 사이 꽃피고 잎푸르고 단풍지고 눈발 날리는 계절들이 있다. 그렇지만 저물 수 없고 변할 수 없는 영원의 아침 해 처럼 우리의 가슴속에는 식을 수 없는 地心의 熔岩과도 같은 뜨거운 생명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는 태양보다 밝게 허공보다 넓게, 끊없는 그의 활개를 펼치며 겁전(劫前). 겁후(劫後)에 자재한다. 그런데 낙엽지고 찬바람일고 눈보라치는 이즈음엔 한해가 저물어 가는 무거움을 느끼는 것이니 이것이 무엇인가. 우리 앞에는 아지랑이 피는 봄언덕, 푸른 물결 너울치는 강가, 산과 들과 하늘을 덮은 금풍(金風)의 계절, 그 사이에 기멸하였던 가지가지 사연들이 추억의 벌판을 수놓아 가며 펼쳐지고 있다. 그 모두가 이제 과거라는 장막 뒤로 차례차례 사라지며 무대는 한장면 한장면 대단원을 향하여 소리없이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한해는 가고, 오는 해는 아직 오지 않았는데 저물음이라는 장막은 성큼 우리 앞에 다가서는가!

그러나 낙엽만을 보는 눈에는 한해를 더하면서 억세게 생을 주장하고 나선 나무밑둥의 생명을 알지 못한다. 나무 줄기에 팽팽하게 흐르는 생명의 숨결을 알 때 피고 무성하고 낙엽지면서 푸른 하늘 치솟은 나무의 둥치에서 오히려 삶의 환희를 느끼는 것이다.

자! 하늘 땅이 진동하는 종소리 속에서 낙엽처럼 흩어지고 꽃잎처럼 오고가는 이 해의 사연, 이 해의 넋두리를 고이 잠재우자. 종소리에 담은 송가 앞에 어두웠던 한해의 시름을 환희의 강물 위에 뛰우자. 종소리는 우리의 생명의 선율이 되어 이 땅 오기 전부터 울리고 지금 울리고 다시 영원히 울리나니, 이 종소리 속에서 영원의 아침 해의 찬란과 장엄을 누리자. 찬바람과 함께 저물어가는 한해가 찬란한 새 아침의 전면인 것을 뚫어지게 보고 그칠 수 없는 환희의 노래를 부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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