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카야타적 사상경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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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카야타적 사상경향 1
  • 고익진
  • 승인 2007.10.2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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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학을 강의하고 있는 친구와 하룻밤을 같이 지내며 정담을 나눈 일이 있다. 오랜만에 만난 우리들은 푸짐한 화제로 시간가는 줄을 몰랐는데, 마침내 과학과 종교의 문제로 옮아가게 되었다. 그는 몇 권의 저술도 낸 유망한 과학자로서 그런 입장에서 인생을 어떻게 보는가가 내 관심거리였고, 그는 또 그대로 불교인으로서의 내 인생관이 흥미를 끌었음에 틀림없다.

그의 견해에 의하면 현대 종교는 과학적인 이론이나 방법을 도입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과학적인 정신만이라도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낡은 교의의 단순한 반복은 아무런 뜻이 없을 뿐만 아니라, 젊은 학생들을 종교로부터 영영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역설한다. 그의 의견은 참으로 경청할만한 가치가 있었고, 내가 평소에 생각하고 있는바와 통하는 바가 많았다.

그런 대화 중에서 우리는 우주의 근본이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부딪혔는데, 내 친구는 서슴지 않고 그것은 산소나 수소와 같은 원소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러한 원소들은 원자로 만들어졌고 원자는 다시 원자핵과 그 주위를 돌고있는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학생들도 알고있을 정도로 일반화된 상식이다. 그런데, 핵과 전자는 형체가 없다고 할만큼 미소(微少)한 것이며, 또 그들 사이는 마치 소우주처럼 공간이 차있으므로, 우주는 말하자면 일종의 「공(空)」이라고 할만하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 공을 불교의 「공(空)」에 비겨, 그 개념을 과학적으로 쉽게 이해시킬 수가 있다고 말하는 데에는 그만 질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주의 근본을 이렇게 원소와 같은 물질적인 요소로 본다면, 그것은 부처님 당시 육사외도(六師外道)중의 한사람인 「아지타 케사캄바린」(Ajita kesa kambalim)의 견해와 별로 차이가 없을 것 같다. 「아지타」의 근본사상은 사대설(四大說)에 있으니, 인간은 지(地) 수(水) 화(火) 풍(風)의 사대로 구성되어 있다는 내용이다. 이 사대설과 현대 과학의 원소설의 차이는 물질에 대한 분석기술에 있어서 전자보다도 후자가 좀더 진보되어 있다는 정도에 불과하다. 사상적인 면에서는 양자는 전혀 동일한 범주에 속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시 친구에게 물어본다. 「그렇다면 인간의 생명이나 마음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우리는 분명히 매우 미묘한 문제에 빠지고 만 것이다. 그는 과학자의 생명관이나 심식관으로 나를 설복코져 장황한 설명을 해주었지만, 내겐 잘 이해되지 않았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그는 인간의 생명은 말할 것도 없고 인간의 정신이라는 것도 물질적인 요소들의 결합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물리화학적 현상으로 보고있다는 점이었다. 고도로 발달한 유기물질, 소위 정신기능이라고 불리우는 그러한 현상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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